소비자가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고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직접 의뢰하는 ‘개인 의뢰(DTCㆍDirect to Consumer) 유전자검사’가 다음달 30일로 시행 1년이다.
DTC 유전자검사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에 따라 2016년 6월 30일부터 민간 유전자검사 업체가 체질량지수(BMI)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혈압 혈당 카페인대사 피부노화 피부탄력 색소침착 모발굵기 탈모 비타민C대사 등 12개 항목에 기반한 46개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유전자검사는 의료기관 의뢰를 받은 경우에 한해 가능했다.
‘개인 의뢰(DTC) 유전자검사’가 같은 항목이라도 업체에 따라 검사결과가 다를 수 있어 효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DTC 유전자검사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업체마다 검사결과 다를 수 있어
DTC 유전자검사 업체는 21곳(지난해 11월 기준)이다. “유전자검사를 통해 유전적 체질을 알아냄으로써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앞으로 앓을지도 모를 질병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최근 DTC 유전자검사를 받은 P(48ㆍ여)씨는 고혈당 위험도가 평균보다 0.67배 높아 ‘주의’ 판정을 받았다. 혈당 유전자검사는 CDKN2A/B, G6PC2, GCK, GCKR, GLIS3, MTNR1B, DGKB-TMEM195, SLC30A8 등 8개 유전자를 분석한다.
문제는 업체마다 검사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검사 가능한 8개 유전자 중 어떤 유전자를 사용했는지, 업체가 어떤 부위(마커) 유전자를 측정했는지에 따라 검사결과가 다를 수 있다. ‘주의’ 판정을 받은 P씨가 다른 유전자를 사용하면 다른 판정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검사할 수 있는 유전자는 정해져 있지만 어떤 유전자를 선택해 분석할지는 그야말로 업체 마음이어서 유전자 분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업체 관계자는 “국내 데이터가 부족해 외국 논문을 적용해 결과를 도출하는 업체가 대다수”라며 “한국인 유전자 특성에 맞는 유전자검사가 이뤄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같은 항목이라도 업체마다 다른 검사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문제해결을 위해 업체들에게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했지만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정보공개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도 문제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DTC 유전자검사 시행 1년을 앞두고 시설 인력 장비 검사의 질 개선 등을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포마케팅’에 겁내지 말아야”
국내 DTC 유전자검사는 질병 예방보다 단순히 건강과 미용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유전자검사로 위험 요인을 발견해도 과신할 필요는 없다.
김명신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도 이 병에 걸리지 않을 확률이 80%”라며 “업체들의 ‘공포마케팅’을 겁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유전자검사 결과 특정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생활습관개선 등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DTC 유전자검사의 또 다른 문제가 현재 허용된 유전자검사 가운데 BMI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혈압 혈당 등의 개인 의료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개인 유전자정보가 유출되면 취업, 보험가입 등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사생활 보호 등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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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중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