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순경 한의원, 4.29 폭동 계기로 의료봉사…“인류애 실천해야죠”

2017-04-27 (목) 10:12:33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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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피해자들 무료진료 화제, 타인종 고객 많아 주류사회서도 인정

나순경 한의원, 4.29 폭동 계기로 의료봉사…“인류애 실천해야죠”

나순경 원장 모녀는 대를 이어 사랑의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닥터 나 한방 척추병원’(원장 나순경·로사 나)은 25년 경력의 나순경 한의사와 카이로프랙터·침술사 라이선스를 가진 닥터 로사 나씨가 운영하고 있는 한방 병원이다.

나순경 원장은 LA 4·29 폭동이 일어났던 1992년 한의원을 개업하고, 폭동 당시 453명의 피해자들에게 한약을 제조해 보살피고 세계 어디든 자연재해와 전쟁이 발발한 지역에 의료선교단으로 파송되어 의술을 펼치며 인류애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

나 원장은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바로 1992년도 LA 폭동 때의 활약 때문이다. 그녀는 한의원을 개원한지 얼마 되지 않아 LA폭동을 겪었다. 많은 한인들이 경제적, 물질적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민간차원을 물론이고, 정부차원에서도 제대로 된 지원이 되지 않는 시점이었다. 그녀는 총 453명의 환자를 치료해 주었는데 한분 한분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하루 환자 수를 7명으로 제한했다. 이러한 활약은 6개월 가량 지속되었는데 환자들의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아는 나 원장이었기에 10만달러 상당의 침술 치료 및 보약 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해 당시 많은 이들의 놀라움을 샀다.


나 원장은 이후 본격적으로 의료봉사의 길을 걷게 된다. 나 원장은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환자를 찾아 가는 것’이 의사의 기본자세임을 배웠다”며 “의료봉사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1999년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2,000여명을 치료한 것을 포함해 총 24개국을 숨 가쁘게 돌아다니며 시간이 날 때마다 재능기부 형태의 의료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국외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한국의 소록도, 여수의 애양원 등을 찾아가 소외받는 나환자들에게 온정을 베풀었다.

또한 나 원장은 “기독교의 십일조와 같은 개념으로 환자의 10분의 1 가량은 무료로 진료해주고 있다”며 “많을 때는 환자의 10분의 3 정도까지 무료로 진료해줬다”고 밝히며 쑥쓰러운 듯웃었다. 나 원장은 이어 “지금까지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서 봉사를 실천해 왔지만 그렇다고 LA 지역민들에게 소홀히 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LA 지역 뿐만 아니라 남가주 전체에서 나 원장을 찾고 있다. 고객의 70%가 외국인일 정도로 주류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그녀의 딸인 닥터 로사 나씨도 어릴적부터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 성인이 되기 이전부터 어머니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UCLA의 심리학과에 진학한 그녀는 결국 어머니를 따라 같은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클리블랜드에 있는 카이로프랙틱 칼리지에서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나 원장은 마지막으로 “LA 폭동 당시 도움을 드렸던 분들이 이번 폭동 25주년을 맞아 많이 찾아오셨으면 좋겠다”며 “그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해서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나 원장은 이어 “제가 했던 일을 잊지 말아달라”며 “많은 동료 한의사들과 후배 한의사들이 사랑을 나누는 좋은 일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LA 한인타운 웨스턴가와 올림픽, 산마리노 사이에 위치한 나순경 한의원은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화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요일은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 목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금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 ▲주소: 955 S. Western Ave., Suite 206, LA, CA 90006▲전화번호: (323)766-1600▲홈페이지: www.acuchiro.com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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