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롱아일랜드/노인복지법:미국 할머니들이 무서워하는 것

2017-04-06 (목) 07:43:11 최태양 변호사
크게 작게
연세가 많은 할머니들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시는 것은 암이나 당뇨병이 아니다. 갑자기 미끄러져 넘어지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미끄러짐과 넘어짐을 할머니들이 그토록 무서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년에 넘어져 심히 다치면, 무덤으로 향하는 지름길로 접어들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은 걷다가 혹 넘어져도 툭툭 털고 쉽게 다시 일어나면 된다. 멍과 상처도 금세 풀리고 아문다. 그러나 뼈와 근육이 연약해진 할머니는 젊은이와 동일한 강도로 가볍게 넘어져도, 골반이 깨지고 뼈가 으스러진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뒤로 넘어졌는데 코가 깨지신 분도 혹시 뼈가 연약해진 할머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부상을 입은 후 젊은 시절처럼 빨리 회복하지 못하시는 할머니는 고통과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심신이 모두 쇠약해지신 분이 넘어지면,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시퍼렇게 멍드시는 경우를 종종 본다. 실제로 단 한 번 발을 헛디뎌서 평온했던 노후인생이 갑자기 하양곡선을 타기 시작한 수많은 사례들을 미국의 노인복지법 변호사들은 계속 접한다.


넘어진 후 치료 문제 또한 복잡하다. 낙상 사고로 골반이 깨지거나 심각한 골절 부상을 입으신 분들은 장기 간호가 갑자기 필요하게 된다. 재활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이나 너싱홈에 장기 입원하게 될 수 있고, 퇴원 후에는 간병인의 간호를 받아야 될 수도 있다.

합병증까지 발병할 경우, 너싱홈 요양이나 홈 케어 간호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더해 메디케어나 메디케어 보험은 장기 간호혜택을 장기적으로 베풀지 않으므로 재정적인 부담도 갑자기 늘어난다.

대부분의 한인 이민 1세대 부모님들은 롱텀케어 보험이 없으시므로 노후 대비용 부동산이나 은퇴자금이 이때 의료비로 상실될 위험에 처해진다. 결국에는 비용 감당이 불가능해져서 장기간호용 메디케이드도 급히 신청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하게 되면, 다급한 마음 때문에 설상가상으로 여러 심각한 실수들이 발생한다. 훗날 폭발할 세금 폭탄을 자녀에게 넘기는 부동산 명의 변경, 의료비로 인한 유동 자산 탕진, 그리고 메디케이드 수혜 자격 상실을 일으키는 증여가 보통 이때에 많이 발생한다.

몇 주 전 올해 뉴욕 겨울 시즌의 마지막 눈이 내린 후, 차에 쌓인 눈을 치우려다 미국 할머니들이 블랙아이스라고 부르는 얇은 살얼음을 밟고 미끄러져 몸이 공중에 붕 떴다. 땅에 떨어진 후 큰 대자로 누운 채 뱅뱅 도는 별들과 하늘을 바라보니 작년에 넘어지신 여러 할머니 의뢰인들이 생각났다. 얼마나 놀라고 아프셨을까.

옛날 은사께서, “나이가 들면 길가에 버려진 바나나 껍질 하나 때문에도 무덤으로 직행 할 수 있다”고 하신 말씀도 기억난다. 시니어들에게 낙상 사고는 정말 무서운 것이다.

다행히 눈과 서리와 살얼음의 계절은 이제 지나가고 봄 향기가 조금씩 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노년기의 낙상 사고는 계절을 가리지 않으며, 순간의 방심으로 심각한 사고가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할머니들께서 사계절 내내 조심하시어 노년에 고통 받지 않으셨으면 하는 것이 이번 봄에 많은 효자 손자, 손녀들의 바람일 것이다.

<최태양 변호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