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ndell Berry ‘휴가’
2017-04-06 (목) 12:00:00
Wendell Berry

현혜명,‘Camellia’
한 남자가 휴가를 갔네. 그는
휴가를 녹화했다네.
보트를 타고 강물을 오르내리며
비디오카메라를 눈에 대고,
날렵한 보트가
휴가의 마지막 날을 향해 빠르게 달리는
강물, 그 모든 움직임을 움직이며 찍었다네,
그는 카메라에게 휴가를 보여줬다네, 카메라는
휴가를 녹화하여 영원히 보관했다네; 그 강, 그 나무,
그 하늘, 그 빛 , 그리고 달리는 보트의
뱃머리, 그는 뒤에 서서
휴가 중에 휴가를 보존하고 있었다네,
휴가가 끝난 뒤에 간직할 수 있도록.
휴가는 거기에 있을 것이라네.
스위치만 누르면 바로 그곳에. 하지만
없을 거라네, 그 안에 그는.
결코 그는 없을 것이라네.
Wendell Berry ‘휴가’ 전문 임혜신 옮김
휴가를 떠나면 제일 먼저 챙기는 것 중 하나가 사진기다. 아름다운 자연, 생소한 도시, 이국적 풍경들을 찍어 와야 하기 때문이다. 먼 후일까지 오래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안 된다. 시 속의 남자를 보라. 휴가를 간 게 아니고 비디오를 찍으러 간 셈이 되지 않았는가. 좀 과장되었지만 그의 가장 큰 기억은 비디오를 찍던 기억이리라. 매니아들은 맨발로 체험 속으로 들어간다. 여행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다. 추억은 카메라가 아니라 우리의 몸과 머리와 영혼에 새겨지는 것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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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dell Be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