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기지 대출 퇴짜 이유도 가지가지네…”

2017-03-30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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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기 주식 투자한 다운페이 자금 환금성 낮게 인정

▶ 휴가·병가도 고용상태에 민감하게 반영 돼 주의해야


융자 거절 사유들

현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바이어들에게는 모기지 대출이 유일한 주택 구입 경로다. 다행인 것은 금융 위기 사태 이후 깐깐해졌던 모기지 대출 시장이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풀렸다는 것. 그래도 안심은 금물이다. 모기지 대출을 신청한 뒤 사소한 실수 하나로 모기지 대출 조건이 변경되거나 최악의 경우 대출이 아예 거절되기도 하는 사례가 여전히 자주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리얼터 닷컴’ 이 모기지 대출 신청 뒤 대출이 흔히 거절되는 사유를 알아봤다.

다운페이먼트로 잠시 주식 투자 해볼까


모기지 대출을 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중 하나가 바로 다운페이먼트 자금이다. 그래서 수만달러, 때로는 수십만달러의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내집 장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년간 꾸준히 모은다. 힘겹게 마련한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잘못 관리하면 내집 장만의 경로인 모기지 대출이 하루아침에 거절되기 쉽다.

모기지 대출이 최종 승인되고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금이 대출될 때까지 모아둔 다운페이먼트는 건드리지 않아야 대출 승인을 무사히 받을 수 있다. 만약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투자 목적으로 다른 계좌로 이동시킬 경우 대출 심사에 차질이 발생한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주식 투자다. 최근 주식 시장이 그야말로 활황세로 주식 시장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잠시 주식 시장으로 옮겨 자금을 조금 더 불려볼 생각으로 자금을 이체하는 순간 다운페이먼트 자금의 ‘환금성’이 약해진다. 다운페이먼트에는 모기지 대출 선납금은 물론 대출 관련 각종 수수료, 최소 3개월치 모기지 페이먼트 자금까지 다 포함되어야 한다. 이 금액이 제때 마련되지 않으면 대출 승인을 받기 힘든데 현금 계좌와 주식 계좌간의 환금성에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세이빙 계좌 자금의 환금성을 100%로 인정한다면 주식 계좌의 자금은 같은 금액이라도 환금성은 70%밖에 인정받지 못한다.

집 사는데 가구를 안 살 수 없지

모기지 대출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생필품 구입까지 자제할 필요는 없지만 당장 필요 없는 물품 구입은 자제해야 하다.

특히 주택 구입을 앞두고 들뜬 마음에 가구나 가전제품을 미리 구입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고가의 제품은 대부분 현금 구입보다는 크레딧카드를 이용한 할부 구입이 많은데 할부로 큰 금액을 지출하면 대출 조건이 악화돼 대출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출 은행측은 대출 심사 완료을 앞두고 대출자의 크레딧 기록을 최종 조회하는데 이 기간중 크레딧카드를 사용해 큰 금액이 지출된 사실이 발견되면 대출자의 ‘부채 상환 능력’(DTI)이 떨어진 것으로 인정된다.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 적용 이자율이 인상되는 등 대출 조건이 불리해질 뿐만 아니라 결국 대출 승인 자체가 거절되기 쉽다.

출산 휴가 받았다가 날벼락

모기지 대출이 거절되는 사유는 낮은 크레딧 점수나 다운페이먼트 자금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대출 신청인의 고용 상태에 변동이 발생했을 때도 모기지 대출 승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용 상태 변동은 실직뿐만 아니라 임시 휴직, 장기 휴가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모기지 대출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라면 임시 휴직, 병가, 휴가 계획을 잠시 미뤄야 안전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 임산부는 출산 휴가를 받았다가 난데없이 모기지 대출 거절 통보를 받기도 했다. 여성은 주택 개량 공사 용도의 융자를 신청한 뒤 유급 출산 휴가를 받고 집에서 쉬는 중이었다. 그런데 여성의 월급 명세서에 유급 출산 휴가란 단어 대신 ‘단기 장애 휴직’(Short-term Disability)이란 설명이 붙어 있었던 것이 대출 심사관의 눈에 띄었다.

심사관은 여성이 출산 뒤 다시 복직하더라도 정규직으로 일할 수 없을 것으로 의심해 추가 서류를 요청했다. 결국 여성의 고용주가 해당 여성이 다시 현재 월급 수준과 변동 없이 정규직으로 복직할 것이라는 증명서를 발급하기까지 이르렀다. 이같은 사례는 이 여성뿐만 아니다. 지난 6년간 ‘연방주택국’(HUD)에 출산 휴가로 인해 모기지 대출이 거절됐다고 접수된 차별 신고 건수는 200여건에 달한다.

월급 많이 준다고 해서 옮겼는데

같은 회사 내에서의 부서 이동, 같은 업종에서의 이직 등은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재 종사하는 분야와 전혀 다른 업종으로 전직하는 경우에는 모기지 대출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받는 월급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다고 해도 대출 심사 결정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이미 진행 중인 대출 심사 서류를 전직으로 인해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새로운 업종으로 전직하는 경우에는 아무리 높은 월급을 제시받았다고 하더라도 새업종에서의 능력을 대출 은행이 쉽게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높은 소득을 올리더라도 실직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대출은행측이 보기 때문에 대출 위험도가 높아지는 결과다.

같은 회사나 업종에서의 이직시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연봉 수준은 동일하지만 기본급이 아닌 수당이나 연말 보너스가 높은 업종으로 이직할 때는 모기지 대출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출 은행은 연말 소득 수준이 아닌 대출자가 현재까지 올린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대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연말 보너스 기준은 심사 기준 소득에서 제외된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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