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집의 아들 방 천정 한쪽이 갑자기 쾅하며 무너져 내렸다. 워낙 오래된 집인데다 그동안 메인테넌스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흉물스럽기도 하고 추가 붕괴 우려도 있어 수리가 시급했다. 아는 핸디맨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남가주의 기록적인 폭우로 일감이 폭증하던 시기라 당장은 곤란하고 2~3 주 후에야 틈이 난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큰 수입은 되지 않는 소소한 공사면서 손은 많이 가는 일인 것도 이들이 반기지 않는 이유 중 하나리라.
다급하던 참에 핸디맨 친구가 떠올랐다. 한쪽 팔을 다쳐 쉬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조언이라도 얻을 생각에 전화를 했는데 선뜻 일을 맡겠다는 게 아닌가. 단 내가 헬퍼로 도와야 한다는 조건과 주문을 달았다.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꼬박 나흘을 매달렸다. 홈디포 앞에서 찾은 히스패닉 일용 근로자와 함께 낡은 천장의 석고를 부수고, 떼어내고, 다시 새 석고보드를 붙이고 패칭을 하고 페인트까지 끝내는 ‘대장정’이었다. 난생 처음 하는 중노동에 매일매일 파김치가 되었고 너무 고단해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내 힘이 보태져 폐가 같던 천정이 새 집처럼 깔끔해졌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지은 지 100년이 넘은 우리 집은 자잘한 곳에서 큰 부분까지 손볼 곳이 지천이다. 재주도 없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방치하고 있었는데 이번의 혹독한 ‘시다발이’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의 두 잇 유어셀프(Do It Yourself)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평소에는 언감생심이었는데 말이다.
첫 DIY 도전은 바로 변기 교체였다. 혹시 잘못되면 어쩌나 싶어 살짝 겁은 났지만 인스트럭션만 잘 따라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믿기로 했다. 수도 밸브를 차단하고 낡은 변기를 살살 흔들어 떼어내고 새 변기는 물탱크와 결합한 후 그 자리에 다시 앉히고 나사를 조여 주었다. 레버를 돌려보니 물이 콸콸, 성공이다. 윗층 아래층 변기 두 개 교체에 걸린 시간은 2시간 여 남짓. 물이 샐까 노심초사하면서 변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지난 6개월이라니. 변기가 시원치 않지만 교체가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트라이’ 해보시길. 재주치인 내가 했다면 ‘평균 한인’은 너끈히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국에서는 홈 오너가 되면 앓는 ‘증후군’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DIY 중독’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 홈 스윗홈을 장만하면서 세 들어 살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자신을 위한 집 고치기, 인테리어에 푹 빠지는 현상이다.
교회의 한 지인도 지독한 DIY 매니아가 되어 가고 있다. 2년 전 비교적 늦은 나이에 퍼스트 홈 바이어가 된 후 꽃밭 만들기, 페인트 칠 정도로 DIY에 입문하더니 최근에는 손수 데크를 만들어 멋진 바비큐 스팟을 완성했다. 다음은 고난이도의 욕실 ‘리모델링’ 도전이란다. 그는 DIY의 매력에 대해 “몸은 고되지만 잡념이 사라지고 스트레스 지수도 뚝 떨어지더라”며 “특히 창의적으로 내가 원하는 개성을 드러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퇴를 몇 년 앞둔 시점에 무엇을 하며 사나 싶어 고민이 많았는데 제대로 된 취미를 찾은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미국에서는 손품 발품만 팔면 DIY 아이디어를 얻을 곳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초보자라면 홈디포, 로우스 같은 건축자재 업체만 잘 활용해도 괜찮다. 홈디포의 경우 목공 건축교실인 DIY 웍샵(homedepot.com)을 매장별로 진행하는 데 꽤 유용하다.
DIY가 궁금해지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면 숙지해야 할 점들이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만 간추려 보자. 우선 시간관념이다. DIY 욕망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매 주말, 심지어 매일 퇴근 후에도 집에 와서 망치질에만 몰두하기 쉬운데 이러다 보면 지레 지치게 된다.
전문적인 리모델링과도 구분해야 한다. 동영상 등을 통해 익힌 DIY 몇 가지 성공하고 나면 자신감이 충만해지고 능력에 비해 과한 프로젝트까지 넘보기 십상. 하지만 이 경우 어느 한 군데서 막히면 이도저도 아니고 원상 복구하는 비용이 더 들 수 있다. 돈을 아끼겠다고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모두 아마추어이다 보니 작업 중 다치거나 중요한 부분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 내용만 염두에 두고 DIY에 도전하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스스로 배우고 익힌 기술로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고, 고치다 보면 자신감, 성취감도 고조될 것이다. “두 잇 유어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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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