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금융위기 이후 은행 대신해 주택시장 회복 견인

2017-03-16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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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스파고 등 대형은행 점유율 급감 반면 비은행계 6곳으로 늘어

▶ 최근 2년 대출기관 자체적으로 융자기준 강화해 위험도 낮아져

비은행계 대출 기관에 대하여

주택 융자 시장에서 기존 은행의 대출이 감소하고 비은행계 대출 기관에 의한 대출 발급이 증가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보도했다. 비은행계 대출 기관은 기존 은행처럼 예금과 같은 소매 금융업에는 관여하지 않고 모기지 대출만 발급하는 기관이다. 주택 구입자나 재융자가 필요한 기존 주택 소유주에게 대출 기관의 형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두 대출 기관 형태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비은행계 대출 기관의 시장 점유율이 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수년 사이로 대형 은행이 독점하다시피한 주택 융자 시장에서 다양한 수요를 흡수해 주택 거래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주택 융자 시장에서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비은행계 대출 기관에 대해 분석했다.

주택 거래 활성화에 기여


컨설팅 업체 ‘내비건트’(Navigant)의 폴 노링 디렉터는 “일반 은행과 비은행계 대출 기관간 소비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차이점이 있다”며 “비은행계 대출 기관은 일반 은행에 비해 다양한 융자 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다양한 융자 수요를 흡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노링 디렉터는 비은행계 대출 기관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은행계 대출 기관이 없었더라면 주택 시장 회복세가 더디게 이뤄지고 현재와 같은 주택 거래 수준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택 시장이 침체기에 빠져있던 2011년만해도 주택 융자 신규 발급의 절반 이상이 JP모건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3대 은행에 의해서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현재 3대 은행의 주택 융자 발급은 전체 약 21%대로 급감한 반면 10대 주택 융자 발급 기관중 비은행계 대출 기관 6곳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표 참조>

서브프라임 사태가 계기

일반 은행들이 주택 융자 발급이 감소하기 시작한 계기는 서브프라임 사태다. 사상 최악의 금융 위기를 몰고 온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직후인 2009년부터 은행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택 융자 발급에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금융 위기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주택 융자 연체율은 기타 대출에 비해 높지 않았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자마자 마치 쓰나미처럼 주택 융자 연체율이 치솟으며 은행권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기 시작했다. 당시 치솟는 주택 융자 연체율에 은행의 대처 능력은 전무한 상태였다. 주택 융자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은행권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주택 융자 발급을 줄이는 일뿐이었다.

결국 전국적으로 주택 연체율과 차압 주택이 급증하면서 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은행권은 정부 규제에 묶여 주택 융자 발급을 더욱 줄일 수밖에 없었다.


재정자문기관 콜링우드 그룹의 멕 번스 디렉터는 “금융 위기를 전후로 정부의 주택 융자 시장 규제 방식이 ‘위험 관리’에서 ‘무관용 원칙’으로 급변했다”며 “새 금융 규제 정책이 쏟아져 나온 것은 물론 강력한 감독 기관까지 탄생하게 된 계기”라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은행권의 느슨한 융자 발급 관행에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금융 업계 감독 기관인 ‘소비자금융보호국’(CFBP)을 탄생시켜 금융권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CFBP가 세워진 배경은 주택 융자 시장을 정비해 주택 융자를 원활하게 하고 주택 소유율을 끌어 올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갑작스런 감독 기관의 등장과 전에 없던 강력한 규제 정책으로 은행권은 자체적인 방어 모드에 돌입했다. 정부가 제시한 새 가이드라인보다 더 깐깐한 융자 기준을 정해 조건이 완벽하지 않는 대출자에게는 ‘퇴짜’를 놓는 일이 빈번해졌다.

은행이 나간 자리 비은행계 대출 기관이 채워

기존 은행들이 주택 융자 시장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러나기 시작한 것이 비은행계 대출 기관의 주택 융자 시장 진출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은행권에 비해 정부의 규제 감시망이 느슨한 점을 틈타 비은행계 대출 기관은 기존 은행이 빠져 나간 자리를 야금야금 채워가기 시작했다.

기존 은행들은 감독 기관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주택 융자 연체에 대비한 준비금까지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규제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주택 시장 침체 직후 비은행계 대출 기관은 연체 준비금 보유 등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등 비교적 수월하게 주택 융자를 발급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규제 적용에서 제외된 비은행계 대출 기관이 발급한 주택 융자가 연체될 경우 서브 프라임 사태에 버금가는 금융 위기가 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최근 2년 사이 비은행계 대출 기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연체 발생에 대한 위험도가 많이 낮아졌다.

비은행계 대출 기관 자체적으로도 융자 기준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안심할 수 있는 점이다. 시장조사기관 ‘텐-엑스’(Ten-X)의 릭 샤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과거 비은행계 대출 기관들이 서브프라임 대출자(미자격대출자)들을 위주로 주택 융자를 발급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고위험 융자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은행, 비은행계 소비자 만족도 비슷

주택 구입자들이 대출 기관을 선택할 때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구분을 두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구입자들은 융자 수수료와 제시 이자율, 부동산 에이전트 추천 등의 이유로 대출 기관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지만 선택한 대출 기관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대출자의 약 20~30% 정도는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JD파워의 2016년 주택 융자 시장 만족도 조사에서 첫 주택구입자의 약 27%와 전체 주택 구입자의 약 21%가 자신의 대출 기관 선택을 후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족스러운 이유로는 대출 기관의 의사소통 결여, 약속 사항 비이행, 융자 상품 선택시 압박감 등으로 조사됐다. 한편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상위 10위 대출 기관에는 은행권과 비은행권 대출 기관이 5곳씩 포함됐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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