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의 파업이 이따금 재미있는 뉴스로 소개되곤 했다. 아이들이 도무지 말을 안들을 때 혹은 남편이 어떤 못된 버릇을 고치지 않을 때, “그래? 그렇다면 나 없이 한번 살아봐라. 나는 오늘부터 파업이다”하고 선언하는 가정주부의 이야기이다.
주부가 그런 결단을 내릴 때는 속이 썩고 썩어 문드러질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을 테지만, 신문이나 방송의 보도 태도는 진지하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정도로 가볍게 다루며 주로 해외토픽 난에 소개했다.
“가정주부가 무슨 일을 한다고 파업인가, 파업은 직장에서 하는 거지 집안에서 무슨 파업? 별 우스운 일도 다 있네!” … 독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여성 특히 주부가 뭘 한다고 하면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 사회 분위기였다. 여성의 말이나 주장, 요구는 주로 묵살 당했다. 여권운동이란 그런 사회를 향해 “우리 말 좀 진지하게 들어 달라”고 집단적으로 소리쳐온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 세계 35개국에서 ‘여성 없는 날(A Day Without a Woman)‘ 행사가 펼쳐진다. 여성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 듯 모든 일에서 손을 놓겠다는 것이다. 여성 총파업의 날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1월21일의 워싱턴 여성 행진을 주도했던 단체들이 이번 행사를 지휘한다. 반 트럼프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미 전국적으로 200만명을 넘어서자 여권운동 단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세계 ‘여성 없는 날’ 행사에 동참하기로 했다.
행사의 목적은 여성이 일선에서 사라짐으로써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드러나게 하자는 것. 여성이 가진 경제적 힘과 가치, 무급 유급 노동을 통한 사회적 기여 등을 집중 조명하면서 보다 나은 세상 즉 성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가자는 취지이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과 승진에서 차별받고, 성희롱이나 성폭행의 불안에 시달리는 일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없는 날’에 여성들이 할 일은 첫째, 일하지 말 것. 직장일이든 가사노동이든 다 같이 하루 파업을 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샤핑하지 말 것. 매장을 찾아가서 하는 샤핑도 온라인 샤핑도 이날만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셋째는 빨간색 옷을 입을 것. 파업을 실행하기 어려운 여성들은 최소한 빨간 옷을 입음으로써 연대의식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날 ‘세시 스탑’ 행사를 펼친다.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100:64. 똑같은 일을 해도 남성이 100을 벌 때 여성은 64를 번다. 이를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여성은 오후 3시부터는 무급으로 일하는 셈. 그래서 이날 한국 여성들은 세시에 일을 스탑 하고 조퇴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한다.
여성의 날 행사라고 여성들만 참여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남성들도 시위에 참여할 수 있고, 일손 놓은 아내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며 동참할 수 있다. 그것이 딸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아빠들이 망설일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