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Fake Croc Handbag, ‘진짜 같은 가짜면 어때’ 더 멋있기만 한데!

2017-01-25 (수)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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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서리 브랜드 다양한 디자인으로 앞다퉈 출시, 가짜 편견 그만…‘동물보호’ 일조에 가격도 만족

▶ 영 피플 사이 페이크 패션 바람 불며 인기 상한가

Fake Croc Handbag, ‘진짜 같은 가짜면 어때’ 더 멋있기만 한데!

정교하고 스타일리시하게 만들어진‘진짜 같은 가짜 악어가죽 핸드백’. 왼쪽부터 스텔라 매카시의 숄더백 1,365달러(stellamccartney.com), 트레이더마크 샤퍼백 848달러(804-335-4383), 엘 리자베스 앤 제임스의 토트백 495달러(saksfifthavenue.com), 안토니 바카렐로가 디자인한 생로랑의 핸드백 2,290달러(saintlaurent.com) .

‘이그조틱 스킨’(exotic skin) 즉 악어나 뱀 같은 파충류의 가죽 패션 아이템은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다. 에르메스, 구찌, 프라다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의 이그조틱 스킨으로 만든 악어 핸드백이라면 수천 수만 달러를 호가하지만 없어서 못 팔정도다.

하지만 이런 악어가죽이 공급되는 무시무시한 동영상을 한번이라도 본 경험이 있다면 결코 이그조틱 핸드백에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하기는 힘들 것이다.

한 해 여성들의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하기 위해 희생되는 관련 동물들의 수는 엄청나다. 단 하나의 악어 핸드백을 만들기 위해서 세 마리의 악어가 자신의 가죽을 기꺼이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사라져야 만들어지는 패션이라면 아무리 화려하고 멋진 모델이 치장한다고 해도 그 모습은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그조틱 스킨의 섬세하고 아름다움에 반했다면 방법은 또 있다.

바로 ’진짜 같은 가짜 악어백’ 소위 ‘페이크 크록 핸드백’(fake-croc handbag)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봤자 가짜’라던가 ‘가짜가 오죽하겠어’라고 미리 단정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요즘의 페이크레더 패션 세계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저 품질, 짝퉁, 가짜로 치부되며 인정받지 못했던 ‘페이크 핸드백’ 진면목을 알아보자.

▶저렴하지만 패션 감각 그대로
“페이크면 어때? 꼭 진짜같이 보이고 값도 훨씬 저렴한 걸” 맞는 말이다. 가짜 악어가죽핸드백의 여러 장점 중 가장 큰 것은 저렴한 가격이다.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절반 혹은 5분의 1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명품 라인의 예를 들면 ‘스텔라 매카트니’의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팔라벨라 박스백’ 페이크 제품은 1,300여달러면 장만할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크기와 디자인의 진짜 가죽으로 만든 ‘낸시 곤잘레스’ 핸드백이라면 1,000달러 이상 비싼 2,400달러는 줘야 한다.

유명 디자이너 토리 버치의 딸들인 푸키&루이자 버치가 런칭한 ‘트레이드마크’ 브랜드의 큼지막하고 멋진 샤퍼백 역시 800달러대 초반에 판매 중이다.


페이크 가죽의 또 다른 장점은 쉬운 관리.

천연 가죽은 습기에 약해 오염이 될 경우 회복하기가 힘들지만 페이크 가죽 제품은 이나 클리너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또 페이크 핸드백은 가볍고 관리가 쉬어 장시간 가방을 들어야 하는 직장 여성들의 에브리데이 백으로 적합하다.

▶진짜 같은 가짜 멋진 스타일
페이크 크록 핸드백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가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앞 다퉈 페이크 크록 핸드백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진데다 고도의 제조기술 덕분에 진짜 가죽과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잘 만들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천연 가죽은 원재료 가격이 워낙 비싸 디자인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여러 시도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페이크 가죽은 이런 제한이 상대적으로 적다.

원하는 여러 컬러로 염색이 가능하고 어떤 무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악어, 뱀피, 타조 등 다양한 동물의 느낌을 줄 수 있다.

‘트레이드마크’의 경우 마치 진짜 파충류의 가죽인양 도드라진 무늬와 멋진 광이 나는 인조 피혁 ‘엠보스트 레더’ (embossed leather)를 사용하는데 언뜻 보면 진짜로 보이고 만져 봐도 진짜 가죽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질감이 좋다는 평가다.

▶가벼운 듯 위트 지닌 페이크백
영피플 사이에서 페이크백은 그저 ‘가짜 백’이 아니다. 패셔너블한 신상 페이크백은 이들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잇백’이다. ‘가짜’라는 뜻의 ‘페이크’가 유행과 패션성을 반영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추세”인 것이다.

또 젊은층의 경우 사탕만한 크기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어울리는 번쩍거리는 진짜 악어가죽 핸드백으로 치장한 올드한 과시 패션보다는 소재면 소재, 가격이면 가격, 디자인이면 디자인, 어느 것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경제적 장점을 갖춘 페이크 제품이 더 패션으로서 매력적이다. 게다가 사회적 이슈에 동참한다는 의미도 무시할 수 없다.잔혹한 도살을 통해 얻어진 진짜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이용한 패션 아이템을 착용한다는 자체가 꺼림칙하고 죄의식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크 패션 아이템이 주목받는 데는 유명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참여도 큰 역할을 했다.

생로랑을 비롯 엘리자베스 앤 제임스 등이 대표적인데 특히 스텔라 매카트니는 환경과 동물사랑의 뜻을 담아 인조 모피나 인조가죽 원단들을 사용하면서 페이크 패션 열풍에 불을 붙인 주역이었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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