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짝퉁 우씨’

2017-01-17 (화) 09:42:19 김인육(1963- )
크게 작게
세상은 가끔 진품과 짝퉁을 혼동한다
열아홉에 가방끈을 놓고 나서
오십이 되도록
가방만 만들었다는 짝퉁가방 기술자 우씨
세상 사람들, 욕되게 그를 부르듯
우씨~ 우씨~
제 불만 함부로 내뱉지만
짝퉁가방 우씨는
짝퉁 같은 세상, 욕하지 않는다
그까짓 짝퉁 세상의 치욕쯤이야
드르륵, 재봉틀로 박아버린다
발신인 알 길 없는 뭇 설움도 곱게 재단을 하고
주소불명의 뿔난 분노도 얌전하게 가봉한다
더러, 곰팡내 같은 음습한 가난이
고장 난 지퍼처럼 이빨을 벌리기도 하지만
허허허
너털웃음 환한 마술사 우씨는
똥 같은 세상을품 나는 똥으로 바꾸어 놓는다
진품입네 똥내 풍기는 것들, 껄껄 웃어주며
때깔 고운 그의 똥을 ‘짠’하고 내어 놓는다
진품보다 착한
진품 우씨의, 짝퉁 루,이,뷔,똥----------
세상은 종종 진품과 짝퉁을 혼동한다. 짝퉁 가방 루, 이, 뷔, 똥을 만드는 기술자 우씨는 진품일까 짝퉁일까? 물론 진품이다. 성이 우씨라서 모두들 우씨 우씨, 욕하듯 부르지만 짝퉁 같은 세상만사 재봉틀로 드르륵 박아버리면 그만인 그는 진품 중에서도 귀한 진품이다. 어려운 삶에 깃들어온 깊은 슬픔도, 분노도, 가난도, 마술처럼 껄껄 웃으며 날려 보낼 수 있게 된 30년 차 진품 짝퉁 아저씨가 커머셜리즘에 눈이 멀어버린 세상에다 대고 진품의 정의를 ‘짠‘ 하고 내려주는 재미있는 시다

<김인육(1963- )>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