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데 요구되는 것은 부모의 헌신과 사랑 같은 정서적 자본만이 아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끝없이 돈이 들어가는 게 자녀 양육이다. 그리고 그 비용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현실적으로 경제적 능력이 전혀 뒷받침 되지 못하면 자녀 양육은 삶의 보람이 아니라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연방농무부는 2015년 미국의 중산층 가정이 아이 한명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23만3,610 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발표했다. 이 비용은 출생부터 17세까지만 산정한 것으로 대학 관련 비용은 포함돼지 않았다. 23만여 달러라면 미국 중간소득 가정의 4년 간 수입에 해당되는 돈이다.
재미있는 것은 연령대에 따른 지출항목 변화이다. 6살 때까지 많이 들어가던 차일드케어와 교육비는 오히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줄어들기 시작한다. 반면 식품 값과 교통비, 옷값 등은 아이들이 커갈수록 같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양육비에도 어김없이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경제학자 마크 리노는 “아이들 수가 늘어날수록 1인당 들어가는 돈은 줄어들었다”며 “아이들이 주거공간과 옷, 장난감 같은 것을 공유하고 식품도 대량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규모의 경제’를 들먹이며 아이를 더 낳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국 부모들만 아이 키우느라 등골이 휘는 게 아니다. 한국의 경우 아이 한명을 24살까지 키우는 데 평균 2억7,500만원이 들어간다는 조사도 있다. 대학교육까지 포함시킨 액수지만 미국과 한국의 국민소득을 고려할 때 거의 비슷한 수준의 부담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런 부담도 홍콩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홍콩 중산층의 평균 양육비는 550만 홍콩달러(한화 약 7억2,000만원)에 달한다. 미국의 2.5배에 달하는 부담이다. 그러니 미국 부모들은 홍콩 부모들 앞에서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
물가는 날로 오르고 경쟁 또한 치열해지면서 자녀들을 번듯하게 키우는 데 뒤따르는 부모의 희생 또한 커지고 있다. 기본적인 양육 부담에 더해, 자리를 잡지 못해 집에 눌러 앉는 성인자녀 뒤치다꺼리를 하고 결혼비용까지 부담하는 부모들은 허리 한번 제대로 펴기 힘들다.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결혼 기피와 출산 기피에는 이런 현실이 반영돼 있다. 이런 추세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자녀를 갖지 않는 맞벌이 부부, 이른바 ‘딩크(DINK, Dual Income No Kids)족’의 증가다.
연방센서스에 따르면 딩크족으로 분류되는 미국 가구는 전체의 14%에 이른다. 물론 가치관에 따라 결혼을 하고도 자녀를 갖는 않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경제적 이유 혹은 이 두 가지가 섞인 경우가 더 보편적이다. 부모와 자녀들로 이뤄진 ‘전통적 가정’의 비율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직장여성들 10명 가운데 4명꼴로 “결혼해도 자녀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결혼=출산이라는 공식은 점차 깨지고 있다.
“아이 한 명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하지만 공동체적 지원보다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 양육에 더 절실한 조건이 되고 있는 게 차가운 현실이다. 결혼을 할 것인가, 한다면 아이를 낳을 것인가, 낳는다면 몇 명이나 낳을 것인가라는 다단계 질문은 수많은 미래부모들 앞에 놓여있는 고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