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裸木)’
2017-01-10 (화) 09:26:04
이상묵(1940- )
발꿈치에 금잔화를 가득 심어 줬을 때
꽃신을 신은 것 같았다
잎들을 물들여 색종이로 내려놓았을 때
사람들이 다가왔다
이제 다 벗고 춤을 춰도 텅 빈 공원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며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때
흰 눈의 도화지 한 장 내려와
나는 그림이 되었다
----------------------------------------------
어느 먼 곳에서 겨울이 깊어간다. 눈 덮인 곳곳엔 잎 진 나무들만 묵묵히 서 있겠다. 꽃을 찾던 사람들, 단풍을 노래하던 사람들 모두 사라지고 난 뒤, 벌거벗은 나무는 한 폭의 그림으로 겨울을 지킨다. 겨울나무는 상실과 고독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무소유의 자유로움을 상징하기도 하겠다. 두 손 들어 모든 것을 놓아버린 나무, 욕망도 의무도 사라진 허허로움을 우리는 또 좋아하지 않는가. 아무도 없이 빈들을 지키는 꿋꿋함, 마음을 끈다, 저 텅 빈 눈밭속의 노인들.
<
이상묵(19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