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폐지되기 전에… 일단 들고보자” 한인들,오바마케어 가입 러시

2017-01-10 (화) 김소영·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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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신청자 9%가 보조금 혜택

▶ 2,000만 가입 핵심조항은 유지 가능성

최모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보험 없이 생활해왔다. 오바마 케어가 시행된 이후에도 벌금이 보험료보다 낮다는 생각에 가입을 미뤄온 것이다. 하지만 최씨는 지난해 한 차례 급작스런 병원 신세를 진 후 건강보험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아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가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으로 오바마케어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에 최근 급하게 오바마케어 가입을 마쳤다.

이번 달 말로 다가온 오바마케어 정규 신청기간 마감을 앞두고 뉴욕과 뉴저지 한인들의 막판 가입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취임을 앞두고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 연방의회가 오바마케어 폐지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계속 쏟아지면서 ‘우선 가입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상담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연방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지난 주 115대 의회가 개원하자마자 최우선적인 의제의 하나로 오바마케어 폐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뉴저지주 오바마케어 가입을 돕고 있는 홀리네임병원 코리안메디컬 프로그램의 최경희 디렉터는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예년과 비교해 보험에 가입하거나 문의하는 한인들이 35~40%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조치를 취하기 전에 우선 가입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인 신청자들의 경우 신청자의 90% 가까이가 오바마케어의 보험료 보조금을 받고 있어 오바마케어가 실제 폐지될 경우 의료 혜택 상실로 인한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 부쩍 가입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주 오바마케어의 공식 상담기관인 뉴욕한인봉사센터(KCS) 공공보건부 측은 “새 행정부가 오바마케어를 폐기한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접하고 가입을 해야하는지, 당장 어떤 변화가 있는지 묻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오바마 케어 폐지가 추진되더라도 당장 올해는 시행될 것이기 때문에 어느 때 보다도 가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바마케어가 폐지될 경우 의료비 부담이 크게 치솟을까 전전긍긍하는 한인들도 있다.

전모씨는 “현재 남편이 치료받고 있는 희귀병 때문에 오바마케어로 혜택을 받고 있었는데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매달 수백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막막하다”며 “정말 오바마케어가 폐지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오바마케어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공언처럼 일방적인 오바마케어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2,000만여 명이 가입돼 있는 오바마케어가 전격 폐지될 경우 갑자기 무보험으로 전락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가입자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하고 이에 따른 후폭풍과 비난이 공화당에 쏟아질 것이기 때문에 공화당이 실제로 오바마케어 신속 폐지를 감행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최 디렉터는 “오바마 케어를 대체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국에서 수천면망이 이용하고 있는 제도를 단번에 폐기하기란 쉽지 않다”며 “반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케어에 가입해야 폐기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가입을 더욱 더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A3

<김소영·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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