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떤 길에 설 것인가

2017-01-06 (금) 09:53:26 이재수 미주희망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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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같은 시기에 다른 선택을 했던 두 인물이 있다. 1944년 한 사람은 일본 천황에게 혈서를 쓰고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한 사람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일본 군대를 탈출해 광복군에 들어갔다.

몇년 후, 한 사람은 남로당 공산당에 있다가 잡혀 동료들을 밀고해 혼자만 살아남았고, 이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차지하고 18년 장기집권 끝에 측근의 총탄에 죽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사상계>를 창간하고 반독재 민주화 투쟁으로 세 번이나 옥고를 치렀다.

박정희와 장준하,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두 사람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유신체제 폐지’를 주장하며 싸웠던 장준하 선생은 결국 1975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아직도 그 죽음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2016년 대한민국은 또 다른 극단의 두 진영을 마주하고 있다.

대통령이면서 자신의 직분을 망각한 채 국기를 문란케 하며 국정을 농단했다고 인정되어 탄핵 받은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 그리고 이에 맞서는 수백만 광장의 촛불이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중요한 시기에 부르는 찬송가가 있다.

“어느 민족 누구 게나’(586장)이다. “어느 민족 누구 게나 결단할 때 있나니 참과 거짓 싸울 때에 어느 편에 설 건가, 주가 주신 새 목표가 우리 앞에 보이니 빛과 어둠 사이에서 선택하며 살리라.”

진리의 편에 서는 선택을 강조한 찬송이다.

독일 루터 교회 목사이자 신학자였고, 반 나치운동가였던 본회퍼 목사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난에 공감하고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윤리적 삶은 “순간 순간 우리에게 바른 선택의 길을 요구한다” 라고 말했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있다. 그때 무엇을 선택하며 살았는가가 바로 역사이다. 그래서 역사는 두려운 것이고, 그래서 역사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광화문에 모인 촛불 민심을 이야기 한다. 대부분 일반 시민들이고, 젊은 청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한편에는 태극기를 들고 탄핵 반대를 외치며 “박근혜를 사랑한다”는 배너를 든 또 한 무리가 있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시기 선택의 자유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역사는 대한민국이 맞고 있는 엄청난 변화의 시기에 우리 민족이 어느 편에 섰던가를 평가할 것이다.

무엇이 참이고 어떤 것이 거짓이었는지를, 우리가 어느 편에 서 있었는가를 그리고 그 시대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비가 올 것인가, 눈이 올 것인가, 바람이 불 것인가? 이런 기상의 변화에 민감한 것은 그것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물며 세상의 변화-이 시대를 분간해 내는 것이야 말로 근본적인 삶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새해에는 우리의 모국 대한민국이 시대를 어떻게 분간하고 선택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새해의 새 태양이 상식과 원칙의 세상을 열고, 그 바람이 모두가 법 앞에 공평하고 평등하며 갈라진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길 기대해 본다.

<이재수 미주희망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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