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에서 생성되는 정상 물질…귀지 없으면 세균 감염 위험”
'귓구멍 속에 낀 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귀지'에 나온 설명이다. 이처럼 귀지가 쌓이면 더럽다는 인식 때문에 면봉 등으로 귀지를 파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귀지가 아예 없어질 정도로 청소를 해서는 안 되며, 그러려고 시도하다가 오히려 귀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귀 건강 지침을 3일 발표했다.
귀지는 몸이 만드는 정상적인 물질이며, 귀를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 학회 측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먼지 등 이물질이 귀로 들어오더라도 귀지에 들러붙기 때문에 귓속 깊은 곳으로는 못 들어간다.
학회 지침에는 귓구멍을 너무 깨끗하게 닦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귀를 보호하는 귀지가 없으면 세균 등에 감염되기 쉽고, 귀지를 파내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귓구멍에 상처가 생길 가능성도 다분하다.
귀 안에 쌓인 귀지는 음식을 씹을 때 턱이 움직이는 등의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자가 청소' 기능이 안 돼 귀지가 귓구멍을 막아 버리는 경우는 어린이의 경우 10명 중 1명, 어른은 20명 중 1명 꼴이며 이런 경우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
학회는 귀를 청소하겠다며 귓구멍에 면봉, 이쑤시개, 열쇠, 옷핀 등을 넣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학회 측은 "면봉이나 클립, 그 외에 갖가지 상상도 못 할 물건으로 귀지를 빼내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작고 뾰족한 물체가 고막에 닿으면 청력 이상 등 영구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런 행동으로 인해 귀지는 더 깊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특히 면봉으로 혼자 귓구멍을 청소하려고 시도할 경우 보이지 않는 귀지가 도리어 더 깊이 들어가서 귓구멍 벽이나 고막 등에 들러붙게 되고, 귓구멍이나 고막에 상처가 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는 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귓속이 꽉 찬 느낌이 들 때와 귓구멍이 아프거나 피가 흘러나올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으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이번 지침에는 '이어캔들링'(ear candling)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으니 하지 말라는 내용도 실렸다. 이어캔들링은 귀에 양초 한 쪽을 꽂은 후 다른 쪽에 불을 붙여서 귀 속의 이물질이나 독소를 녹여 제거한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대체의학' 요법이지만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이어캔들링을 했을 때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이물질은 실제로는 원래 귀 속에 있던 것이 아니라 양초가 타고 녹으면서 생기는 것이라는 실험 결과가 나와 있다.
이어캔들링을 하면 양초의 성분인 파라핀이나 밀랍이 연기 형태로 귓구멍에 들어간 후 굳어서 고막이나 귓구멍 벽에 들러붙기도 하며 화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때 열로 귀지가 녹기는 하지만 귀 밖으로 빠져나오지는 않고 도로 굳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