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겨울노래’

2016-12-27 (화) 09:25:06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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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다 그치다 하는 나이,
그 겨울 저녁에 노래 부른다.

텅 빈 객석에서 눈을 돌리면
오래 전부터 헐벗은 나무가 보이고
그 나무 아직 웃고 있는 것도 보인다.

내 노래는 어디서고 끝이 나겠지.
끝나는 곳에는 언제나 평화가 있었으니까.


짧은 하루가 문 닫을 준비를 한다.

아직도 떨고 있는 눈물의 몸이여,
잠들어라, 혼자 떠나는 추운 영혼,
멀리 숨어 살아야 길고 진한 꿈을 가진다.

그 꿈의 끝막이 빈 벌판을 헤매는 밤이면

우리가 세상의 어느 애인을 찾아내지 못하랴,
어렵고 두려운 가난인들 참아내지 못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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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버려진 것들의 시간이다. 숨어서 살아가는 은자들의 시간이며, 꿈조차 텅 빈 벌판을 헤매는 끝의 시간이며, 죽음의 시간이다. 그 상실의 시간에 영혼이 눈을 뜬다. 겨울의 적막, 겨울의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애인이라는,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생의 진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침묵과 고독과 결별만이 가져다주는 아주 신비한 선물. 끝나는 곳에 평화는 기다리고 있다, 애인처럼, 혹은 낡고 빛나는, 그 유일한 깨우침처럼.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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