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촛불과 태극기

2016-12-14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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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80년 8월18일, 스파르타의 네온이다스 왕이 전쟁터에 나가는 300명의 병사에게 남긴 한마디는 매우 유명하다. “이승에서 마지막 아침을 먹어라.” 병사들은 왕의 이 격려로 힘을 얻어 페르시아 군대 3만 명을 용감하게 무찔렀다.

하지만 스파르타 내에서 반역자가 생기는 바람에 페르시아 군대가 우회하여 스파르타 병사 300명이 전원 무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어이없이 죽은 이 용맹스런 병사 300명을 기리는 묘비에는 “지나가는 나그네여, 스파르타에 가서 전해주오. 우리가 여기에 머무르고 있소.” 또 묘비 말미에는 “도덕적 승리를 거두었다가 끝까지 버틴 스파르타인” 이라고 적혀있다. 이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우다 죽은 이들 300명의 병사가 보여준 애국심의 극치이다.

과연 한국에서 이번 박근헤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소추안 가결에 합세한 새누리당 비박들의 행위는 역사에서 어떻게 평가가 내려질까? 애국적일까, 비 애국적일까는 훗날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이런 사태는 야당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탄핵안 가결 이후 벌써부터 야당내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대로, 국민의 당은 국민의 당대로, 정의당은 정의당대로 앞으로 있을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각 당마다 기선잡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태산을 넘을 때도 적군과 첩자가 필요할 때가 있다고 했던가. 야당이 모두 이번 탄핵안 가결 때는 힘을 합쳐 하나가 된 듯싶지만 이들이 또 언제 서로 적이 되어 피터지게 싸울 런지도 모른다.

갈라진 여당도 문제지만 이제부터 야당도 어떤 모습을 보이고, 앞으로 또 어떤 행보를 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현재로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지러운 정국에 믿지 못할 정치인들 뿐인 것처럼 보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정치인들이 나라의 앞날이나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이 자신의 이익과 영달에만 급급해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고 있는 것은 자신 이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지 않는 반 애국적 처사다. 국민들은 이번 사태로 어떤 정치인이 나라를 생각하고, 어떤 정치인이 자기 입장만 고려하고 행동하는 지를 똑똑히 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지금 광화문 광장에서 주말마다 치켜들고 있는 뜨거운 촛불의 힘이나, 이번 탄핵안 가결이후 사회 혼란을 우려하며 정국의 안정을 부르짖는 태극기의 함성을 외면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이다.

폭군 네로의 폭정 당시 한 스페인의 장수가 로마에 붙잡혀 왔다. 때마침 그 시점은 네로 왕에 의해 로마시가 불에 휩싸여 있을 때였다. 이를 본 장수가 대성통곡을 했다. 다른 사람들은 기뻐 날뛰었는데 그가 슬피 울자,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 그가 말하기를 “앞으로 로마가 더 좋게 변화 될 것 같아 그게 싫어서 울었다”는 것이다.

요즘 한국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크게 염려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역사적으로 대부분 재난 뒤에는 복구, 새로운 면모가 등장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재난이나 어떤 엄청난 사태는 역설적으로 언제나 희망을 동반해 왔다. 세계 정복을 위해 알렉산더가 나라를 떠나려 하자, 국민들은 그에게 “이제 당신에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소.” 라고 말했다. 그러자 알렉산더는 “나에게는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 고 하였다. 그리고 나서 알렉산더는 그리스를 점령하고 자기가 떠난 메소포타미아도 또다시 점령했다.

지금 한국도 우려될 만큼 온 나라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러나 이 혼란이 지나면 반드시 새로운 변화가 도래할 수 있는 희망이 보일 것이다. 아무리 힘든 고비라도 거뜬히 넘겨 지금보다 더 획기적인 변화로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발전과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음이다. 저 타오르는 뜨거운 촛불의 힘과 태극기의 우렁찬 힘이 있는 이유다. 이 촛불과 태극기가 하나 되어 하루속히 나라가 혼란에서 벗어나 안정되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 한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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