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묵은해를 보내며

2016-12-12 (월) 최효섭 /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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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전쟁, 기근, 질병, 가난 등으로 눈물로 살아야 하였던 수많은 인류가 보다 나은 새해를 기원하며 세모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젠하워 전 미국대통령은 군인 출신이지만 세계의 지도자다운 슬기로운 말을 남겼다. “총 한 자루가 만들어질 때마다, 군함 한 척이 진수될 때마다, 로켓 한 발이 발사될 때마다 굶주린 인간들은 도둑을 맞는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는 평화롭게 살 때에만 희망이 있다는 발언이다.

그러나 인간의 미래가 결코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행복한 인류를 위하여 당장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비근한 예 둘만 들어보자. 바바라 워드를 위시한 세계의 경제학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현재 전 세계에서 군비에 쓰는 예산을 10%만 삭감하면 불과 10년 내에 지구의 기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군대를 배경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나라들과 다국적 기업체와 독재자들이다. 그들이 실상은 인류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는 적인 것이다.

둘째는 음료의 문제를 말할 수 있다. 미국을 예로 든다면 술을 만드는 데에 사용되는 곡식은 연간 50만 명을 1년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다. 400만 에이커의 농토가 오직 술을 만드는 곡식을 위하여 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곡식의 값은 3억3,000만 달러나 된다. 그것만으로도 인류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기에 넉넉하다. AP 통신은 세계의 식량 사정을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24시간 동안에 약 1만 명이 굶주림 때문에 죽고, 약 10만 명이 영양실조에 의해서 병들고 있으며, 오늘 밤에도 세계 인구의 절반은 시장한 배를 움켜쥐고 잠자리에 들어갈 것이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연말이 되면 왕궁의 청소부까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든 신하에게 선물을 바치게 하였다고 한다. 참 고약한 여자이다. 거기에 비하여 헨리 7세는 연말에 예쁘게 포장한 선물 박스를 모든 신하에게 남김없이 내어주었다고 한다.
기원 280년 소아시아(현재의 터키) 파타라에 니콜라스라는 한 아기가 태어난다. 출생한 이듬 해 전염병이 돌아 부모가 모두 죽고 고아가 된다. 이 아이는 사제의 길을 걸어 미라 교구의 감독까지 된다. 그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의 교훈을 실천에 옮겼다.

연말이 되면 1년 동안 수집한 낡은 옷과 곡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외투로 변장하고 밤중에 배달하였다. 아깝게도 기원 314년, 34세란 젊은 나이로 그는 그의 부모처럼 유행병으로 죽었다. 후세에 성자 서품을 받고 성 니콜라스라고 불렸으며 산타클로스란 발음으로 변형되어 전설화 된 것이다.

마음이 부요하고 평화로운 자와 늘 쫓기고 눌려있는 자가 있다. 따지고 보면 전자는 사랑을 주고 있는 사람이고 후자는 받기만 하려는 자임을 알 수 있다. 인생의 깊은 진리를 깨닫고 싶은가? 사방을 두루 다니며 찾을 것도 없다. 깊이 사랑하면 진리에 도달한다. 당신의 인격을 평가해 달라고? 당신이 지금 누구를 얼마큼이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말해주면 인격의 평점은 저절로 나올 것이다.

진실한 사랑은 한 종류 뿐이다. 그것은 희생을 동반한 사랑이다. 희생을 치르지 않은 사랑이라면 그것은 모조품일 뿐 사랑은 아니다. 몸이 있는 곳이 그대의 집이 아니라 사랑이 있는 곳이 그대의 집이다. 나의 이성이 절망을 느낄 때도 사랑은 충만한 소망을 속삭인다. 아침 이슬에 젖은 장미가 아름답다고 하였던가! 눈물에 젖은 사랑은 그보다 천배는 더 아름답다. 그대가 사랑한다면 새해는 분명 올 해보다 나은 날들이 될 것이다.

<최효섭 /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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