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PG 64

2016-12-12 (월) 한영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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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를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그것의 성취를 도와준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문장일 것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코엘료가 세상의 모든 종교와 문화와 언어를 총망라해 인간 상황을 하나의 진실로 정리해보고 싶어 한 자취가 역력히 보인다.

기독교와 회교, 그리고 불교의 윤회설도 섞여 있다. 거기다 점성술, 점 등 미래를 알고자 하는 수단이 마땅하다고도 썼다. 인간을 포함한 만물은 보다 더 나은 ‘자기’를 향해 진화하는 ‘운명’을 살아야 하며, 이것이 금속을 금이 되게 하는 연금술로 상징되었다.
언어에 대한 부분도 재미있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인류의 공용어(Universal language)를 넘어서 우주의 언어를 습득하고, 결국 바람과 모래와 태양과 대화해 기적을 일으킨다. 이는 우주의 언어를 통해 ‘우주의 혼’에 닿을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소설에서, 만물은 하나지만 진화해 가는 과정은 극히 개인적이고 개별적이다. 금속을 끓이고 끓여서 결국 금속의 본질인 순수만 남은 것이 금이듯, 인간도 단련되고 단련돼 인간의 순수만 남은 것이 200년을 산다는 연금술사다. 이와 같이 태양도 사막도 바람도 각기 제 자리에서 ‘우주의 혼’을 향해 진화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우화로도 읽힌다.


우화적인 이런 소설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그는 어리석은 것일까, 나이브한 것일까? 21세기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적어도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진리를 ‘가정’해 보는 것은 소설가의 특권이지만 결코 지도자의 자질이 될 수는 없다. 지도자는 냉철한 현실감각에 바탕을 두어야 하고, 앞에 놓인 일을 ‘세상적으로’ 잘 처리해야 한다. 우주를 끌어들이고 우주와의 교감에 얹혀 주문을 외우며 가라고 우리가 지도자를 뽑은 게 아니다.

미국에서는 초등학교에서도 비판적 사고를 가르친다. 책을 읽으면 반드시 그 내용의 모랄(교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연금술사’의 모랄이 직관과 징조들을 잘 읽어내고 간파해 기적을 일으키는 ‘우주의 혼’과의 소통을 이룩하라, 연금술사가 되도록 진화해라, 라고 한다면 그저 웃을 일 아닌가.

방송 프로그램에는 그 내용에 맞는 연령을 알려주는 PG(Parental Guidance)가 앞서 뜬다. PG13이면 13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는 부모가 조언을 해주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 오해와 와 곡해가 쌓이면 잘못된 견해와 편견을 가진 인간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박근혜 대통령은 PG 64인 것 같다.

<한영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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