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 소우주의 신비!

2016-12-10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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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참 신비하다. 사람은 동물인가, 천사인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동물 같은 사람도 있고 천사 같은 사람도 있다. 여기서 ‘같은’ 이란 말은 정작 사람은 동물의 범주에 있지만 동물이 아니요, 천사 같지만 천사가 아니란 뜻도 내포하고 있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는데도 이처럼 천차만별로 살아가는 게 사람인 것 같다.

사람을 지배하는 건 단연 마음이다. 마음이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 뇌 속에 마음이 있나. 뇌 속엔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뇌 속의 신경세포가 사람의 온 몸을 지배하는 건 맞다. 그런데 마음도 뇌 속의 신경세포가 지배할까. 사람에게는 감정이란 게 있는데, 감정은 다분히 뇌 속의 신경세포와 연관돼 있다.

마음과 뇌 속의 신경세포. 끊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신경세포는 뇌를 열면 보이지만 마음은 뇌를 열어도 보이질 않는다. 신비다. 흔히 마음이 좋은 사람, 마음이 나쁜 사람이라 하는데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착하고 선한 사람이 마음이 좋은 사람이고, 악한 사람이 마음이 나쁜 사람인가. 그럼 선(善)과 악(惡)의 구분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생각나는 소설과 주인공이 있다. 챨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과 주인공 스크루지다. 스크루지는 돈밖에 모르는 구두쇠다. 냉혈한이다. 악(惡)에 속한다. 스크루지는 크리스마스 전날 동업자였던 말리의 유령을 만나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자신의 죄를 뉘우친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감화, 변화시킨 소설 중 하나다. 마음이 변화됐다는 건 무얼 뜻하는가. 마음이 변했다는 건 뇌 속의 신경세포가 변했다는 건가. 그렇진 않을 거다. 뇌 속의 신경세포는 그대로 일거다. 사람의 마음,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아니하는 혼이나 정신에 있는 건 아닐는지.

돼지는 장기와 생리의 형태구조가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고 한다. 하지만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면 인간의 몸은 이물질로 간주해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의 몸은 혈액만 맞으면 이식이 된다. 이처럼 생체구조학적으로 유사한 돼지와 인간은 무엇이 다른가. 돼지도 인간과 같은 마음이란 게 있을까.

지난 가을 애플 피킹을 다녀온 적이 있다. 애플 농장에선 떨어지는 사과들이 너무 많아 돼지들에게 그걸 먹이며 키우고 있었다. 돼지들이 꿀꿀거리고 사과를 먹으며 주둥이로 땅을 판다. 사과만 먹으면 될 텐데, 땅은 왜 파는지. 먹을 것만 있으면 만족하는 저런 돼지들에게도 선과 악, 죄책감을 느끼는 양심과 마음이라는 것이 있을지~

수많은 동물과 식물이 지구 안에는 존재 한다. 그리고 번식하며 살아간다. 그 중에서도 인간만큼 신비스러운 존재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을 소우주(小宇宙)라고 부르던가. 거시(擧示)의 우주도 신비스럽지만 현시(現時)의 인간도 천사처럼 경이의 존재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악(惡)으로 다가가면 동물이하로 전락하고 만다.

동물과 천사의 사이를 오락가락, 동물도 될 수 있고 천사도 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자유의지의 존재다. 신비스런 인간의 의지다. 돼지에게도 자유의지란 게 있을까. 글쎄다. 울타리 안의 돼지들이 울타리를 넘어 돼지공화국을 세울 수는 없을 테니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인간사회가 돼지와 같은 동물공화국이 되는 것 같아 우울해진다.

사람의 뇌는 1,500그램(g), 고래의 뇌는 8,000그램, 코끼리의 뇌는 5,000그램 정도다. 체중비율로 볼 때 사람의 뇌는 그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뇌가 없는 식물과 뇌가 있는 동물의 차이는 움직임에 있다. 식물은 자라지만, 움직이질 못한다. 차라리 뇌가 없는 식물들이 수동적이지만 더 순수하게 생명을 유지하는 게 아닐까.

우주 안에 있는 수천억 개의 은하와 은하 속에 있는 수천억 개의 별들. 그 별들 중에 하나인 태양. 태양을 돌고 있는 항성인 지구. 지구안의 인간인 사람들. 사람, 신비스런 소우주 하나하나다. 동물과 천사 사이에 놓여 있는 사람. 자유의지의 인간.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천사 같은 사람들이 되어 사랑을 나누어 봄도 괜찮을 것 같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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