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 울다’

2016-12-06 (화) 09:37:00 백인덕(현대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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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 비스듬히 골목을 오르다
삐져나온 바위 그루터기에 앉아울었다.

“시는 무엇이며, 인생은.....”
바람이 담뱃불조차 꺼버린 어둠,
진득하게 고인 시간 속에서
누구는 나한테 “바다”를 보라 하지만
- 거긴 죽음을 먹어치운 해파리만 가득하고
누구는 나한테 “꽃” 을 보라 하지만
- 색색의 표면 아래 들끓는 생식의 욕망 가득하고
누구는 나한테 “바다와 꽃과 시”를 보라 하지만
허기진 날 바람은 더욱 매섭고
아무래도 삶은 “라깡”이 아니라 ‘새우깡“ 인데
어둠이 깊어갈수록 더 크게 웃는 당신,
당신들이여!
오층 창가에 아주 잠깐 반짝이는 ”반딧불이“ 는
내 서러운 어둠을 위해, 이 밤도울고 있음을.....

돌 벽에 수없이 머리 찧어도 번개가 일지 않는
흐리고 흐린 밤, 비스듬한 골목을 오르다
마지막 담뱃불을 꺼뜨리고
나 실실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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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뇌가 사람을 이토록 아프게 하는 것일까. 깊은 어둠 속에서 누가 논리나 철학으로는 일으켜 세울 수 없는 슬픈 삶을 울고 있다. 바다는 죽음의 물결로 넘실거리고 꽃들조차 생식의 욕망으로만 피어난 허접한 세상에, 시는, 인생은 그리고 고뇌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새우깡 한 봉지만도 못하지 않은가. 그러나 고뇌하는 이의 영혼 속에 반딧불 하나가 깃들어 있다. 그와 함께 울며 빛나는 5층 높이의 반딧불. 그것이 그의 희망이며 자존이다. 희미하고도 또렷한 그 빛이 있는 이상 그는 고뇌를 견디고 살아남을 것이다

<백인덕(현대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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