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운한 자리

2016-12-01 (목) 09:52:05 Louis Jenkins,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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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에 있는 세 그루의 소나무, 돌맹이 빼고는 동네에서 제일 오래된 것들이지.

대단한 나무들이야, 하지만 바람이 불면 신들린 트로이카의 검은 말처럼 머리를흔들어대니, 어찌해야할까, 남향에 있는 크고 검은 나무들, 겨울 햇살을 막는불운한 장소, 어둡고 축축해. 이끼가 지붕에 자라고, 포치의 버팀목들이 썩고,뿌리는 말이지, 오래된 청석 토대까지 뻗어왔어. 한밤중, 바람이 불어기우뚱한다면, 잠든 우리를 모두 죽일 수도 있어. 해마다바늘잎들이 떨어져 정원은 산성화되고 풀들도 잘 자라지 않지. 흩어진잔해들을 긁을 뿐, 어쩔 수가 없는 우리는 그저 나뭇가지를 손에 들고둘러서 서있네. 멋진 나무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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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까이 있는 큰 나무들은 정말 골칫거리다. 겨울 햇살도 막으려니와 토양을 망치고 지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무를 잘라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렇다. 소나무가 많았던 집에 살았던 나도 그랬다. 좋아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지붕에 이끼가 자라고 포치의 버팀목이 썩어들고 집이 무너지려 한다면 언젠가 누군가 나무를 자를 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소나무들은 불운한 장소인 줄 모르고 행복하게 살 것이다. 멋진 나무, 멋진 사람들이다.

<Louis Jenkins,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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