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톨릭, 신부에 ‘낙태 용서’ 사실상 영구 허용

2016-11-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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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자비와 고통’ 서한

▶ 파문서 유연 적용 전환

가톨릭, 신부에 ‘낙태 용서’ 사실상 영구 허용

20일‘자비의 희년’ 폐막 미사 직후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아기를 축복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비의 희년’에 모든 사제들에게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낙태의 죄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연장한다고 선언했다.

교황청은 21일 바티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도적 서한 ‘자비와 고통’(Misericordia et Misera)을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비의 희년’이 마무리된 다음 날 공개된 이 서한에서 “모든 사제에게 낙태의 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교황이 당초 작년 12월8일 시작돼 전날 막을 내린 ‘자비의 희년’에 한해 일반 사제들에게도 낙태의 죄를 용서할 수 있도록 한 조치는 무기한 연장돼, 사실상 영구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고 교황청 측은 설명했다.

가톨릭 교회는 본래 낙태를 용서하는 권한을 주교들이나 소수의 고위 성직자들에게 한정하고 있다.

교황은 서한에서 “죄없는 생명을 죽이는 낙태는 크나큰 죄악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서도 “한 사람이 회개할 때 신의 자비가 도달해 씻을 수 없는 죄악은 없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 교회는 1세기부터 낙태를 자동 파문에 이르는 죄악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낙태를 한 여성뿐 아니라 낙태 결정을 도운 배우자, 낙태 시술에 관여한 의료진 모두에 해당하는 것이다.

교황의 이날 결정은 교회 규칙의 교조적 준수보다는 유연한 적용을 선호하는 교황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교조적 엄격함보다는 자비가 더 바람직하다”는 철학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런 철학은 가톨릭 교단 내 보수주의자들과 갈등을 빚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교황은 그러나 교단 내 보수주의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좀 더 열린 마음의 교회가 세상에 좀 더 큰 자비와 동정심을 보이는 것이야 말로 현재 만연한 외국인 혐오증 등의 극복뿐 아니라 교회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이끄는 비결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빈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강조하고 있는 교황은 또 이날 공개된 서한에서 “극빈자들을 내버려두는 사회에는 정의와 평화가 존재할 수 없다”며 매년 11월의 하루를 ‘빈자의 날’로 정해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리노 피시켈라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은 전날 막을 내린 ‘자비의 희년’에 로마를 방문한 순례객 수는 총 2천130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국가 별 순례객 수는 이탈리아, 독일, 미국, 폴란드, 스페인 순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피시켈라 의장은 이번 특별 희년에는 신자들이 각자의 나라에서 손쉽게 신의 용서와 화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바티칸과 로마뿐 아니라 전 세계 각지에 성문(聖門)을 설치한 덕분에 전 세계 가톨릭 인구 12억7천명의 약 70%에 이르는 최대 9억5천만명의 신자가 성문을 통과함으로써 희년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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