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인 기독교인 “ 대통령 후보 도덕성·신앙 덜 중요”

2016-11-08 (화)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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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킹스연구소·PRRI 공동 신앙심 도덕성 잣대 낮아져

▶ 비종교적인 대선 이슈 등 트럼프 후보 지지 많아

백인 기독교인 “ 대통령 후보 도덕성·신앙 덜 중요”

힐러리 클린턴

백인 기독교인 “ 대통령 후보 도덕성·신앙 덜 중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표심이 결정적인 변수의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박빙의 우세를 지키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의 후보는 선거 운동 막판까지 백인 기독교인의 결집을 호소했다. 클린턴 후보에 대한 반감이 강한 백인 크리스천 표의 향방이 트럼프 후보의 역전 가능성을 증폭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백인 기독교인은 여전히 미국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면서 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과연이들의 표심과 성향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이번 선거뿐만 아니라향후 미국의 정치동향을 분석할 수있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백인기독교인의 트렌드 변화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거 같으면 어울리지않을 조합이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가 백인 기독교인 사이에서 많기 때문이다.

저명한 정책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와 PRRI는 공동으로 최근 스스로를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백인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이 결과에 따르면 백인 기독교인들은 후보의 신앙상태를 덜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후보가 강한 믿음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동의한백인 기독교인은 49%였는데 이는 지난 2011년 대선 당시 64%였던 점과 비교하면 무려 15%포인트가 낮아진 것이다. 또 절반에 해당하는 49%가‘트럼프가 종교적이다’는 의견에 동참했다.

백인 기독교인들은 신앙과 더불어 후보의 도덕성에 대해서도 크게 변화된 입장을 보였다.‘ 사생활이 부도덕한 후보가 공직자의 의무를 다하고 윤리적 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무려 72%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이다.

지난 2011년 대선 때는 30%만이 여기에 동의했는데 4년 사이에 42%포인트나 급증한 것이다.

신앙심과 도덕성에 대한 백인 기독교인 유권자의 잣대가 낮아진 상황은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외도를 한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항목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퓨리서치 조사결과, 2011년에는 42%가 이에 동의했지만 이번에는 56%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인 중생(본어게인) 기독교인 전체를 대상으로 바나 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서 또 다른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가 진짜 기독교인’이라는 사람은 15%였으며 클린턴에 대해서는 13%가 동의했다. 하지만 절반에 육박하는 48%는 ‘두 사람 모두 진짜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대답했다.

백인 기독교인들이 트럼프 후보를더 많이 지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앙과 도덕성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것 이외에도 비종교적인 대선 이슈에시선이 집중된 탓도 있다.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가장 큰 선거 이슈는 경제 호전(26%)이었으며 두 번째는 국가안보(22%)였다.

후보 개인의 성품(15%)과 연방 대법원 판사 후보(10%)가 뒤를 이었고 종교의 자유(7%)와 이민정책(5%), 낙태허용 여부(4%) 등 과거 교회와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다.

다만 목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경향이 뒤바뀌어서 후보의 성품(27%)이 첫 번째를 차지했고 다음이 대법원 판사 후보(20%), 종교적 자유(12%), 낙태(10%) 순서로 나타났다. 경제(6%)와 안보(5%), 이민(2%)은 낮은 순위를 보였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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