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첩장

2016-10-31 (월) 10:03:49 이경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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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계절 가을은 결혼 시즌이다. 가을은 결혼의 가장 이상적 절기다.

이런 좋은 계절에 일가친척이나 다정한 지인들의 자녀 청첩장을 받고 결혼식에 참석하여 웨딩마치로 아름답게 출발하는 새 가정에 마음껏 축복을 빌어 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 가끔 생각지 않던 청첩장으로 고민에 쌓여,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다.

이틀이 멀다고 결혼청첩장을 받는다. 어떤 날엔 2장씩겹쳐 받는 때도 있다. 보내준 청첩장을 받으면 받는 사람이 기쁘고 축하해 줄 마음이 생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된다.


며칠 전에도 하루 걸러서 청첩장을 받았다. 고급스런 우윳빛 큰 사각봉투에 보내온 청첩장이다. 청첩장을 종이칼로 조심스럽게 열고 내용을 유심히 보았다. 분명히 박○○과 서○○의 아들 누구와 김○○와 이○○의 딸과의 결혼식을 하오니 부디 참석하셔서 축복해 달라는 내용의 청첩장이다. 그런데 신랑 쪽이나 신부 쪽 부모 이름이나 결혼 당사자들 이름으로 금방 떠오르는 인상이 없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어쩌다 만나 명함을 주고 맥도널드에서 커피 몇 번 마신 기억이 나는 사람으로부터의 청첩장이었다. 또 오래 전 어떤 단체의 일원으로 별로 친근하게 지내지도 않은 사람이 보내 온 청첩장도 있다. 이런 청첩장들로 인해 잠시나마 고민하게 되면 오히려 불쾌한 감정마저 갖게 된다. 이런 청첩장을 보내는 심정을 이해할 수 없다.

<이경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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