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인’

2016-10-27 (목) 09:34:40 Faith Shearin,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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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버지니아 울프와 에디뜨 와톤에 대해 읽으며
그들의 멋진 영혼과 긴 드레스, 도서관이나 풀밭에 모여

차를 마시던 모임을 생각했었다. 그들이 여행할 때
가지고 다니던 가방의 무게와 행복했거나
그렇지 않았던 결혼에 대해서도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개와 방과 잘 장식된 정원과
양산을 들고 그들이 찾아가던 바닷가. 하지만


한 번도 그들의 하인을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불을 피우기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요리사, 뜨거운 비눗물 통 곁에 서서
하루를 깨우던 하녀. 누가 그들에게 옷을 입히고, 마루를 닦고,

어떻게 저녁 식사를 쟁반에 바쳐 내오는 지를. 후에 나는 알게 되었다
그들은 모두 하인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기억되지 않는, 삶을 힘든
집안일에 바치던. 지금 나는

책을 쓸 수도 끝낼 수도 없다, 이 모든 집안일과 소소한 일들 때문에.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 커튼의 먼지를 털고, 봄이면 양탄자를 밖으로
끌고나가 빗자루로 두드리던 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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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기 전에는 나도 생각하지 못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부렸던 하인들에 대하여. 하인과 유명한 작가, 그 둘 중 시인은 하인을 택한다. 그렇게 상류사회의 문학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위대한 책, 아름다움 건축물들, 그리고 세기의 정복자들은 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하지만, 그 이면에서 그들을 위해 일하고 그들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이 시는 보이지 않는 생을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바쳐지고 있다, 하인에게 그리고 노동자에게.

<Faith Shearin,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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