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래는 아무 것도 아닌’

2016-10-18 (화) 0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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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란 (1981- )

폐품 리어카 위 바랜 통키타 한 채 실려간다

한 시절 누군가의 노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을 맴돌던 말

아랑곳없이 바퀴는 구른다
길이 덜컹일 때마다 악보에 없는 엇박의 탄식이 새어나온다


노래는 구원이 아니어라
영원이 아니어라
노래는 노래가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어라

다만 흉터였으니
어설픈 흉터를 후벼대는 무딘 칼이었으니

칼이 실려간다 버려진 것들의 리어카 위에

나를 실어 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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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사랑의 노래를 불러주었던 기타는 버려지면서도 노래를 부른다. 감미로운 노래가 아니라 억울한 사랑의 노래이다. 음률도 리듬도 없이 몸으로 부르는 허허한 노래이다. 구원도 아니요 영원도 아니요, 다른 그 아무것도 아닌 노래를 떨구며 떠나가는 기타. 나를 버린 이여, 오래 오래 아프시라는 낮은 독설이 지독하다. 폐타이어 위에 실려 가는 기타는 이제 누군가의 기억을 후비는 무딘 칼이니, 그대여 오래오래 아프기 싫다면 부디, 함부로 사랑하는 이를 버리지 마시라.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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