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벨상 밑그림

2016-10-15 (토) 01:38:14 한재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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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부럽다. 노벨상 수상자에 일본인 이름이 너무 자주 오르는 것이. 나도 민족주의자였나 보다. 이제껏 일본인들에 대해 별로 부러워했던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는 노벨상에 이름이 오르지 않을까 은근 기대를 했었다. 그동안 하도 한국정부가 창조과학을 외쳐대기에 10년이나 20년 후에는 한국인 이름 석 자가 호명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기다려 왔다. 그런데 올 노벨상 뉴스를 들으며 다시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최근 ‘신문고’라는 TV 프로에 소개된 몇 개의 방산 중소기업의 실태를 보면서 노벨상 기대를 접었다. 어떻게 국가가 중소 기업체를 저렇게 망가뜨릴 수가 있을까 싶었다. 연평도 사건 후 국산 자주포 생산을 늘리기 위해 국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온 직원들이 밤잠을 못자고 물건을 만들어 주었더니 “이리 빨리 만들 수 있는데 왜 전에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값을 비싸게 했느냐”며 비리를 걸어 회사를 쓰러뜨렸다는 것이다.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 있는가. 국가가 힘을 바르게 사용할 능력이 없으면 이는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이 뿐이 아니다. 한 시골 농민이 시위 중 물 대포에 맞아 쓰러져 사경을 해매다 죽었다. 그런데 의사가, 그것도 한국에서 제일가는 대학병원이라는 곳이 사망진단서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이런 나라에서 무슨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할 수가 있을까.

그동안 나는 한국인의 노벨상을 다른 곳에서 기대하고 있었다. 10년 전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반기문 총장에게서이다. 그는 세계평화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지구촌 현장에서 몸으로 맞부딪치며 열심히 뛰어왔다. 그런 그의 임기가 몇 달 후면 만료된다. 그가 사무총장이 되었을 때 나는 이 지면을 통해 그가 큰 그릇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우리 커뮤니티에서는 그를 놓아주자고 쓴 적이 있다.

한인사회에서 그를 위한 축하리셉션을 열었을 때도 그 자리에 참석했었다. 그때 반 총장에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그를 염려하며 하나님께 늘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요즘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에게 내년 한국 대선에 출마를 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정치판이 어떤 곳인가. 자칫하면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망신창이가 되고 대선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인격과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곳이다. 벌써부터 그의 이름은 여당 내에서조차 깎아 내려지기 시작했다.

차기 대선에 본인이 기웃거리는 것인지 아니면 다름 사람들이 그의 등을 떠미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벌써부터 그의 이름이 심심찮게 언론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러다가 그가 그동안 쌓아 온 명성까지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그에게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에 대한 책임은 무겁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이 무거운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스런 사회가 될 때 우리 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노벨상을 가능케 하는 것은 개개인의 실력과 자질뿐이 아니다. 그런 것을 꽃피우게 하는 사회적 풍토가 더욱 중요하다. 사람과 기업을 제대로 키워주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한국과 일본의 차이고 이런 차이가 노벨상 수상에서의 비교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재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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