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벤토리, 인벤토리, 인벤토리!

2016-10-13 (목) 스티븐 김 파이오니아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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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이 서서히 휴식기로 들어가는 가을이 되면서 여기저기에서 집이 잘 안 팔리고 있다는 소리가 조금씩 들리고 있다. 소폭의 조정기임은 분명하고 아직도 재고 물량은 상당수 부족한데 조금은 이상한 시장분위기가 감지된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가격이 지난 2년간 너무 올라서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생기는 현상과 함께 계절적인 요소 때문이다.

올해 시장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주택재고물량(Inventory)은 내년에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량의 매매물량은 쏟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주택물량이 시장에 유입돼 당연히 가격경쟁이 일어나게 되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타게 된 것이다. 특히 50만달러 미만대의 주택시장은 재고물량이 턱도 없이 부족한데다 첫 주택구입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주택하나를 놓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경우도 흔히 목격 된다.


시장에 주택매물이 모자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아직도 2008년 서브프라임전의 피크가격을 기억하고 향수에 젖어있는 홈 오너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남가주 대부분의 지역이그때 가격을 상당부분 회복했지만 아직도 최고가에 다 이르지 못한 지역들이 있다.

특히 가격의 하락폭이 컸던 외곽지역의 주택시장은 최고가격의 약 80~85%정도 수준을 회복한 단계여서 아직도 추가 상승여부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현재 거주하는 집에서 미래를 전망하는 홈오너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또 집값 회복은 되었지만 아직도 융자액을 갚고 나면 아무것도 손에 쥘 것이 없는 소위 깡통 홈오너들의 경우도 이 그룹에 속하게 된다.

두 번째로는 많은 홈오너들이 공황에 가까운 불경기를 겪으면서 직업을 잃거나 인컴이 상당부분 감소하여 거주하는 집을 팔고 더 큰 집으로 옮기려고 해도 다운페이, 융자조건 등을 충족시킬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위의 두 가지 이유외에 현 시장의 매물부족현상을 신규주택공급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에서 신규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10-15% 정도 인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주택재고 물량부족문제를 전적으로 신규주택공급의 지연으로 탓할 수는 없다.

기존주택매물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에는 현 주택시장의 매물부족사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샌호세, 뉴욕 등은 신규주택을 지어서 공급할 땅도 없는 여건이어서 기존주택들이 시장에 매물로 제때에 공급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부족현상을 해소 할 방도조차 없다. 주택매물부족을 해소 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바람지한 것은 자연적인 임금상승을 통한 인컴이 늘어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소득이 늘어나면 월 페이먼트를 더 감당할 수 있게 되어 기존주택을 팔고 더 큰 집으로 옮겨가는 소위 스텝업 셀러들이 늘어나게 된다. 이들이 살던 소형주택들이 시장에 공급돼 주택구입자들의 주택구입을 용이하게 하므로 주택시장이 가격이 완만하게 상승하면서 더욱 활성화 국면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는 싶은데 살 수는 없는 시장분위기가 상반기의 주택시장을 휩쓸고 있었다면 가을철인 10월로 접어들면서 시장분위기가 서서히 냉각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80만달러 이상의 중, 고가주택시장은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일부지역에서는 소폭의 가격조정도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8월에 팔린 주택의 93.8%가 셀러가 원하는 리스팅가격에 팔렸는데 이는 지난해 8월의 94.4%에 비해 약간 줄어든 수치로서 시장이 서서히 셀러스 마켓에서 떠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셀러스시장에서 멀어져가고 있다는 것은 재고물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사인이다.

따라서 1년 이상 주택시장에서 주택구입을 위해 헛걸음한 바이어들에게는 주택재고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내년 봄쯤이 좀 더 좋은 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213)590-5533

<스티븐 김 파이오니아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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