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스크림 가게’

2016-10-06 (목) 09: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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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쉘 실버스타인(1930-1999)

▶ 임혜신 옮김

서커스 열차가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섰다.
52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들
기차에서 내린 동물들이 모두
아이스크림 스탠드로 다가간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주세요,’ 고릴라가 소리친다
‘나는 초콜릿요.’ 작은 표범이 고함친다
‘나는 딸기 아이스크림요,’ 카나리아가 짹짹인다
‘저는 초콜릿 땅콩 아이스크림요,’ 개구리가 개굴거린다
‘레몬과 라임 아이스크림 주세요. ’사자가 으르렁 거린다
아이스크림 아저씨가, ‘십전을 내기 전엔
아무도 아이스크림 먹지 못해.’ 라고 하자
동물들은 으르렁거리고 할퀴고 고함치고
징징거리고 훌쩍거리고 흥흥 비웃고 울부짖으며
아이스크림 스탠드를 다 게걸스럽게
먹어버린다
52가지 맛을 전부
(아이스크림 아저씨까지 치면 53가지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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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열차에서 내린 동물들이 아이스크림 가게로 와글와글 모여들어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치우고 아저씨를 밀어붙이고 판을 뒤엎어버리는 장면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10전을 내라는 아저씨의 요구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물에게 적용될 수가 없다. 그들은 돈 없는 세상에 산다. 사람들은 그런 동물을 이용해 돈을 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이익금을 나눠준 적이 있었던가? 아이스크림 정도는 당연히 공짜로 먹어도 된다. 배상은 서커스 주인이 치러야 될 것이다. 묘기의 왕자들, 서커스 동물들의 아이스크림 혁명이 통쾌하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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