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2016-10-04 (화) 0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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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월란 (1964- )

새장 속에서 새가 묻네
나는 갇혀있나요?
나는 대답했네
문은 한 번도 잠겨 있지 않았단다
그냥 닫혀 있을 뿐이지

새장 속에서 새가 묻네
나는 탈출해도 되나요?
나는 대답했네
문을 열고 나오렴
운명의 손이, 적어도 며칠 안에
새장 속으로 다시 돌려 보내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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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새장 속에 갇힌 새이다. 습관과 의무, 그리고 편리라는 새장 속에 갇힌 새. 문은 잠겨 있지 않으니 원한다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직장에 사표를 낼 수도 있고 이혼을 할 수도 있고 출가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 운명이라 불리는 손이 다시 새장 안으로 집어넣을 때문이라는 변명이 우리에게 있다. 새장에 갇힌 불쌍한 새는 탈출을 꿈꾼다. 그러나 꿈은 영원히 꿈으로 끝날 것 같다. 새장 밖의 하늘은 푸르러 보이지만, 그것을 향한 탈출은 어쩌면 또 다른 새장을 향한 욕망의 날갯짓일 뿐일 테니까.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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