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의문의 감염자’ 치료한 의료진 보고서
지카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의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미국퍼듀대와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공동연구팀이 전자현미경으로 얻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지카바이러스의 구조를 표현한 그림. [퍼듀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카 바이러스가 감염자의 눈물이나 땀으로도 사람 간에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29일 의학전문지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미국 유타대 의대 부속 병원 의료진은 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의문의 감염자'의 감염 경로가 환자의 눈물이나 땀 등 체액과의 접촉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http://www.nejm.org/doi/full/10.1056/NEJMc1610613#t=article]에 28일(현지시간) 보고했다.
그동안 지카 바이러스는 주로 모기나 감염자와의 성적 접촉으로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과 정액뿐만 아니라 눈물에도 오래 남아 있다는 연구결과들은 있었다.
그러나 최초 감염자인 아버지를 병원에서 간병하던 아들의 감염 이유가 체액과의 접촉이라면 전염 경로가 다양해지고 그만큼 확산할 위험성도 커지는 것이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의 73세 노인은 지난 6월 멕시코 여행에서 모기에 물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문제는 병원에서 노인을 병구완하던 38세 아들도 원인 모르게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솔트레이크시는 고도가 높고 겨울에 매우 추워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없다. 아들은 최근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간 적도 없고 감염(의심)자와 성적 접촉을 하거나 수혈받은 일도 없었다.
이에 따라 감염 원인을 알 수 없어 의문의 감염 사례로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을 치료한 의료진은 추적 결과 아들이 의료용 장갑을 끼는 등 보호조치 없이 맨손으로 환자의 몸과 눈을 닦아주는 등 밀착 병구완을 하는 과정에 감염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노인의 경우 일반 감염자들보다 혈액 속 지카 바이러스 수가 10만 배 이상 많아 체액접촉 감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유타대 의대 감염질환 전문가인 상카 스워미너선 교수는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하지만 이번 사례는 "증상이 심하고 혈액 내 바이러스 수준이 매우 높은 환자의 체액과 접촉하면 감염될 위험성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스워미너선 교수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에서 지카 바이러스로 성인이 사망한 사례는 9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의학적으로 상태가 매우 나쁘고 면역시스템도 매우 약했다.
그러나 유타주 노인의 경우 원래 전립선암 치료를 받아오긴 했으나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당시엔 면역체계가 그리 심하게 약해진 상태는 아니었다.
이에 대해 스워미너선 교수 등은 이 환자가 과거 뎅기열에 걸린 적이 있어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증상이 훨씬 더 악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노인은 멕시코 여행 뒤 복통, 인후통, 고열, 안구충혈, 설사 등의 증상을 보였다. 나중엔 저혈압과 호흡곤란, 심박동 항진 등 심각한 증상까지 보여 입원했으며 신부전 등으로 인해 사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