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머니는 멋진 요리사였다’

2016-09-29 (목) 09: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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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ia Gillan

▶ 임혜신 옮김

어머니가 처음으로 외식을 하신 것은
결혼 25주년 기념일이었다. 패터슨의 ‘스코르다토스‘라는 식당에서
두 번째는 50주년 기념일
화익코프에 있는 ‘쇠 주전자의 집’이라는 곳에서였다.

“내가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어” 라고 하시면서
끝내 인정하지 않으려 드셨지만 우린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행복해 한다는 것을

이태리에서 삼등선실을 타고 패터슨에 온 후로
만족해하시며 그곳에 사셨던 어머니는
멋진 요리사였다
식당에 갈 필요가 없었다
무척 가난했지만 집을 좋아하셨고
모텔에 가신적도 휴가를 가신적도 없으셨고 그런 걸
원치도 않으셨다


지하 주방에서 열리는 가족모임 때면
자랑스럽게 요리를 내놓고 또 내놓으시며
그들이 웃고 떠드는 것을
바라보셨다. 뒤에서 미소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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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속의 어머니는 우리들의 어머니이다. 자신이 손수 만든 음식으로 가족을 따스하게 먹였고 그것으로 더 없이 행복했던 어머니. 어머니라는 것 외에 그 무엇도 되길 바라지 않았던 지극히 소박하고 낮고 그리고도 풍요했던 삶 앞에서 우리는 다만 고개 숙여 사랑과 감사, 그리고 그리움을 보낼 수 있을 뿐이다. 어딘가 먼 곳으로 행복을 찾아 헤매는 우리들에게 어머니는 가르치신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은 바로 이곳,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곳이라는 것을.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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