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따스한 슬픔’

2016-09-27 (화) 09: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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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란 (부여 출생)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차마, 사랑은 네 여윈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 싶은 맘 접어 두는 것
말 못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 동짓 밤 빈 가지 사이 어둠별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 삿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 열고 서서

그립다, 네가 그립다 눈에게만 고하는 것
끝내, 사랑한다는 말 따윈 끝끝내 참아내는 것


숫눈길,

따스한 슬픔이
딛고 오던
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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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야 사랑은 아니다. 하지만 슬픈 사랑이 아름답다.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못하고 슬픔조차 제 품에서 따스해질 때까지 참고 묵혀야만 사랑은 아니다. 내공이 이렇게 엄청나게 들어야만 사랑이라면 그건 인간에게 너무 힘든 일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런 슬픈 사랑 속에서 사람은 생을 배우고 누리고 성숙한다. 슬픈 사랑은 싫다. 하지만 슬픈 사랑이 슬프지 않은 사랑보다 따스하고 깊다. 사랑은 필시 슬픔의 품에서 더욱 빛나는 별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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