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셀러의 오버프라이스 고집… 에이전트는 난감해

2016-09-15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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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러 고집 완화 전략, 가격에 대한 바이어측 의견 셀러에 직접 전달

▶ 시장에 나온 같은 가격대 다른 리스팅 보여줘

꽉 막힌 셀러와 일해야 하는 에이전트의 심정은 좌절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리스팅을 확보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조사와 연구를 실시했던 에이전트가 셀러의 오버프라이스 요구와 맞닥뜨릴 때 좌절감이 가장 크다. 그러나 적절한 리스팅 가격이 도출되도록 셀러를 이해시키는 것 역시 에이전트의 임무다. 그러려면 우선 셀러가 왜 오버프라이스를 고집하려는 지 이유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주택은 셀러들의 가장 큰 자산이다. 가장 큰 자산을 처분하는 일인 만큼 가격 산정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셀러가 많은 것이 당연하다. 부동산 전문 인맨뉴스가 에이전트를 위해 셀러의 오버프라이스 고집을 완화시키는 전략을 소개했다.

■ 셀러는 ‘보금자리’를 판다
집을 파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보금자리를 파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집은 단순히 거주 기능을 제공하는 건물 이상의 기능을 제공한다. 보금자리로서의 집은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생성되는 장소다. 슬픈 기억, 기쁜 기억이 모두 시간과 함께 소중한 추억으로 변하고 가족이 성장하는 장소가 집이다. 오랫동안 거주한 집일수록 다른 것과 대체할 수 없는 큰 의미를 담게 되는 것이 바로 집이다.

오버프라이스를 고집하는 셀러들은 대부분 주택 가치에 감정적인 가치까지 포함시켜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자신의 소중한 추억까지도 값을 매겨 리스팅 가격에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셀러들의 가장 흔한 오버프라이 이유다. 이점을 이해하는 에이전트는 셀러의 감정을 집과 분리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 가격 어떻게 산출했나요?셀러에게 에이전트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을 제시하기 전에 셀러가 생각하는 가격을 먼저 물어본다. 셀러가 어떤 가격대를 제시하더라도 직접적인 반응을 피한다. 대신 셀러에게 가격대를 정하게 된 절차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감정을 실시했는지, 실시했다면 어떤 업체를 통했는지, 다른 에이전트와 상의했는지 등의 질문을 전달한다.

에이전트의 질문이 끝나면 대부분의 셀러들은 자연스럽게 에이전트가 판단하는 가격대를 물어보는 순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때가 바로 셀러를 설득할 절호의 기회다. 주의할 점은 직접적인 가격 제시를 피해야 한다는 것. ‘당신의 집은 얼마입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바이어들이 생각하는 가격대가 이정도 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동시에 사전에 준비한 시세 보고서 등을 함께 전달하면 셀러 측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 재정상태는 어떤가요?
오버프라이스를 고집하는 셀러의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필요해서다. 돈이 왜 필요한 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쉽게 입을 여는 셀러는 드물다.

돈이 필요한 이유는 말하지 않는 대신 리스팅 가격을 시세보다 비싸게 정해서 필요한 돈을 벌어 보겠다는 기대로 가득하다. 갑자기 줄어든 소득이 원인일 수도 있고 실직 등으로 재정위기 빠진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어떤 셀러는 ‘깡통주택’ 상황으로는 오버프라이스가 아니면 집을 팔아도 수익이 생기지 않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다.

오버프라이스에 대한 셀러만의 ‘굳건한 이유’를 파악하면 셀러를 설득하는데 도움이 된다.

재정적인 문제가 오버프라이스 원인이라면 오버프라이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오버프라이스된 다른 리스팅의 사례를 들며 오랫동안 팔리지 않고 있는 점을 강조한다. 만약 집이 팔리지 않게 되면 기대했던 수익은커녕 자칫 더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점을 상기시킨다.


■ 10일내 반응 없으면 가격 내리겠습니다
주변 리스팅들이 빠르게 팔린다면 그 이유는 대부분 가격을 적절히 정했기 때문이다.

바이어들에 의해 리스팅 가격이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리스팅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집을 보려는 바이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결국 오버프라이스 된 리스팅에 비해 주택 판매 기간도 훨씬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만약 리스팅이 나온 지 10일이 지났는데도 집을 보러 오는 바이어가 한 명도 없었다면 지체없이 가격 인하를 고려해야 할 때다.

일반적으로 집을 보러 오는 바이어들은 리스팅이 나온 뒤 3~4주 안에 집중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만약 이 기간 쇼윙이 한 건도 없었다는것은 바이어들이 리스팅 가격을 오버프라이스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만약 셀러의 오버프라이스에 대한 고집이 강하다면 셀러와의 사전 미팅에서 가격 인하 전략을 약속받아 리스팅 계약서에 포함시킨다. 일정기간 쇼윙이 없거나 팔리지 않으면 일정 금액을 순차적으로 인하한다는 내용이다.

■ 제 의견이 아니라 바이어 반응입니다.

바이어들의 입을 통해 셀러가 정한 가격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에이전트가 가격을 제시할 때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셀러의 고집이 여러 명의 바이어의 의견을 접한 뒤부터 누그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바이어가 집을 보러올 때마다 바이어측 에이전트에게 반응을 이메일 등의 수단으로 반드시 물어본 뒤 셀러 측에게 쇼윙이 실시될 때마다 전달한다.

오픈하우스 방명록을 통해 바이어측 반응을 직접 기재하도록 한 뒤 셀러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또 에이전트들만 초대해 집을 보여주는 이른바 ‘캐러밴’(Caravan) 행사를 개최, 에이전트들에게 리스팅 가격을 포함, 리스팅 조건에 대한 전반적인 반응을 받아 셀러와 상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같은 가격대의 다른 리스팅은 이렇습니다
셀러와 에이전트 간 리스팅 가격에 대한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좁혀질 가능성이 낮은 경우 셀러에게 현재 시장에 나온 다른 리스팅을 보여주는 방법이 있다.

에이전트의 판단으로는 20만달러가 적정 가격인데 셀러가 30만달러에 내놓을 것을 고집하면 주변에서 30만달러대에 나 온 리스팅을 찾아 셀러와 함께 보러 간다.

셀러 스스로가 20만달러대 리스팅과 30만달러대 리스팅 간의 차이점을 보고 느끼도록 하는 체험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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