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인들 미국 부동산 구입 열풍 줄었나

2016-08-18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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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주택 구입 분석

▶ 중국 정부 해외 송금 규제로 주춤, 규제 풀리면 구입 열풍 다시 불 것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에 대한 열정이 식은 것일까? 통계 자료에 나타난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 열풍은 여전하지만 일선 부동산 에이전트들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중국인들의 구입 감소로 올해 실적이 작년보다 훨씬 저조하다는 에이전트가 많다. 단지 중국인들의 구입이 줄었을 뿐인데 일선 에이전트의 거래 실적이 영향을 받을 정도면 그동안 중국인들의 구입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 최근 급감하고 있는 중국인 주택 구입 원인을 분석했다.

■ ‘오매불망’ 중국 손님
뉴욕 부동산 에이전트 데이빗 웡은 ‘올해 실적이 작년 같지 않다’라는 말을 요즘 자주 달고 산다. 올 들어 중국인 고객의 주택 구입 계약은 물론 문의 전화까지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250만~300만달러 사이 고가 주택시장은 중국 정부의 송금 제한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웡 에이전트는 “가격을 크게 내리든지 아니면 그냥 구입자가 나타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인 구입 감소 상황을 설명했다.


중국인 고객의 연락이 그리운 것은 웡 에이전트뿐만 아니다. 전국적으로 주택 구입 열풍을 주도했던 중국인들의 구입이 뚝 끊기면서 애꿎은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에이전트가 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외국인 주택 구입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입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약 286억달러어치 주택을 싹쓸이 했던 중국인들의 구입 규모는 1년만에 약 273억달러로 줄었다. 거래 건수도 같은 기간 약 3만4,327채에서 약 2만9,195채로 감소했다.

중국인의 주택 구입 규모는 타 외국인에 비해 여전히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구입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전체 외국인 주택 구입도 3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 씀씀이가 워낙 화끈했던 탓에 부동산 업계가 느끼는 냉기는 한여름에도 차갑게 다가온다.

■ 송금 규제가 직격탄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송금 규제 조치다.

중국인들의 해외 송금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시기는 지나해 8월 중국 위안화 가치가 폭락하면서부터다. 당시 중국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5년래 최저 수준으로까지 추락하면서 중국 경제를 바짝 조이는 중이었다.

시장 자율 조절 기능에 유지할 수만 없던 중국 정부가 외환 보유고를 지키기 위해 결국 송금 규제 칼을 빼들게 된 시기다.


일반적인 송금은 물론 그간 공공연히 이뤄지던 불법 송금까지 중국 정부가 샅샅이 차단하면서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 자금이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신규 조치에 따라 중국 신용 카드 결제 시스템인 유니언페이를 통해 이뤄지던 불법 송금이 적발됐다.

앞선 지난 11월에는 무려 약 62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을 정부 눈을 피해 외국으로 빼돌렸던 지하 은행도 정부 단속 레이다망에 걸려 발각되기도 했다.

■ 규제 풀리면 구입 살아날까
업계에서는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송금 규제 조치로 인해 구입 수단이 막혔을 뿐 규제만 풀리면 전보다 더 강한 구입 열풍이 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송금 규제 조치가 수개월간 시행된 결과 중국의 외환 유출 규모는 지난해 12월 약 1,080억달러를 찍고 진정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3월과 4월에 이르러서는 외환 보유액이 서서히 증가세로 돌아서며 중국 정부의 외환 송금 규제 정책 완화에 미국 부동산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중국인들 미국 부동산 구입에 대한 열정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중국내 자금을 어떻게 가지고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중국인들의 구입을 가능케 하는 수단은 현금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미국 내 모기지 대출에 필수 조건이 크레딧 점수나 소득 증명이 없기 때문에 현금 구입으로 주택 구입 방법이 제한되어 있다. 중국인들 주택 현금 구입 비율은 타외국인에 비해 월등이 높다. 인도인들의 현금 구입 비율이 약 7%에 불과한 반면 중국인 중 약 71%가 현금으로 미국 주택을 구입했다.

■ 위안화 가치 살아나야
중국 경제 약화와 이에 따른 위안화 평가 절하 현상도 중국인들 미국 부동산 구입을 가로 막고 있는 장벽이다. 지난 3월 거래된 재판매 주택의 중간 가격은 1년전과 비교할 때 약 6% 상승했다.

이를 같은 기간 중국 위안화 가치로 환산했을 때 주택 가격 상승폭은 약 10%로 높아진다. 낮아진 중국 위안화 가치로 미국 부동산 가치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높아진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인들 인기 주택 구입지인 가주와 뉴욕 등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들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폭이 타지역에 비해 높기 때문에 위안화 기준으로 환산하면 중국인들의 구입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지난 1년간 약 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된다. 미국 달러화 대비 역내 위안화 가치는 94년 이래 가장 하락 폭인 약 3% 하락을 기록했다.(6월말 기준).

중국 정부의 송금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높아진 미국 부동산 가치 때문에 중국인들이 쉽게 구입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직 아니라는 분석이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살아나고 송금 규제가 어느 정도 풀려야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은 다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구입 규모 타국가 추종 불허
중국인의 부동산 구입이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규모면에서는 여전히 타국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1년간 중국인 부동산 구입액은 2위를 기록한 캐나다인(약 89억달러)의 3배에 달한다. 전체 외국인 구입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7%로 2, 3, 4, 5 위 국가인 캐나다, 인도, 멕시코, 영국의 비율을 합친 것보다 높다.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입은 타 국가와 달리 주로 고가 부동산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인들의 평균 구입 금액은 오히려 약 12.6%나 오른 약 93만6,615달러로 전체 외국인 평균 구입가의 2배 가까이 된다.

업계에서는 중국인들이 구입하는 주택 가격이 상승세인 점으로 미뤄 초부유층의 경우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부동산 구입 자금을 해외로 빼내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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