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계 드러낸 ‘엘리트 스포츠’

2016-08-18 (목) 09:22:39
크게 작게
한국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영원한 적수’ 일본과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여왔다. 민족적 감정 때문에 한국선수들은 일본에 밀리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으며 두 나라가 직접 맞붙는 경기의 결과는 다른 경기의 승패와는 비교할 수 없는 환희와 절망감을 국민들에게 안겨줬다.

스포츠 성적은 대개 국력과 정비례한다. 전후 경제부흥기를 맞이한 일본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에 절대적 우위를 지켰다. 그러던 것이 한국이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일본은 버블 붕괴로 장기간의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일본우위는 한국우위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이것은 역대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 성적을 보면 확인된다. 1992년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 이후 한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만 제외하곤 모든 대회에서 일본에 앞섰다. 또 동계올림픽에서도 2002년 솔트레이크 이후 한국은 모든 대회에서 일본을 눌렀다. 특히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한국이 금메달 풍작을 거두면서 종합순위 5위에 오른 반면 일본은 고작 20위에 머물렀다. 아시안 게임의 경우도 1998년 방콕대회 이후 모든 대회에서 한국은 종합순위 2위로 3위인 일본에 단 한 번도 뒤지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완전 뒤바뀌었다. 17일 오전 현재 한국은 금 6, 은 3, 동 5개 등 총 14개 메달로 메달 수 종합순위 11위에, 일본은 금 7, 은 4, 동 18개 등 총 29개로 6위에 올라있다. 메달 수도 문제지만 메달 종목의 분포를 보면 상황은 조금 더 심각하다. 일본은 기초종목이라 할 수 있는 수영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2개, 동메달도 3개 따냈으며 남자체조 단체전에서도 발군의 실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양궁에서 싹쓸이를 했지만 기초종목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스포츠 강국이 되는 데는 몇 가지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 하나로 국민들의 신체적 조건을 들 수 있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등 인구 수백만에 불과한 동구권 작은 국가의 선수들이 축구와 농구, 테니스,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거두는 성적을 볼 때마다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필요조건은 스포츠 인구의 저변이다. 스포츠가 생활화 될 때 좋은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 법이다. 간혹 나타나는 뛰어난 선수 몇 명에 의존하는 ‘엘리트 스포츠’로는 강국이 되기 힘들다. 수영의 박태환이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국민들은 마치 한국이 수영강국이라도 된 것처럼 흥분했다. 하지만 박태환 한명이 부진을 보이자 그것은 한국 수영 전체의 몰락이 돼버렸다.

네덜란드는 세계 최강의 스케이팅 국가이다. 세계에서 평균 신장이 가장 큰 국민이라는 신체적 강점에 전 국민이 스케이트를 즐기는 저변이 합쳐지니 어느 나라도 범접하기 힘든 스케이팅 강국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

일본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 학교중심 엘리트 스포츠에서 클럽중심 생활 스포츠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히 저변이 넓어지고 유망주들이 많이 발굴되고 있다. 특히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기초종목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앞서기 시작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과 한국의 순위가 확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스포츠 강국’ 소리를 듣는 게 그리 중요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러고 싶다면 스포츠 정책의 기본방향부터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