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라지는 보신탕

2016-08-17 (수) 09: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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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 미국의 건국이념이 담긴 ‘독립선언서’의 한 구절이다. 인간은 그렇다고 치고 동물은 어떨까. 세계 최대 규모의 하나인 싱가포르 동물원에 가 보면 동물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다른 동물들이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 고생하고 있는 동안 팬다 한 쌍은 한 겨울처럼 에어컨이 쌩쌩 나오는 우리 속에서 편안한 삶을 즐기고 있다. 우리라기보다는 고대광실에 가깝다. 강남의 웬만한 호화 아파트도 이처럼 넓고 깨끗하고 최신 시설로 지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들이 이처럼 칙사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보러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쾌적하게 팬다를 볼 수 있도록 돈을 들여 꾸며도 동물원 수입은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다. 한국의 에버랜드 공원, 일본의 우에노 동물원이나 미국의 샌디에고 동물원에 가 봐도 팬다만은 다른 동물보다 각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팬다가 동물 가운데 왕 같은 대접을 받는다면 천대받는 동물은 뭘까. 지금은 달라졌지만 옛날 한국에서는 단연 개였다. “개 취급당하다” “개만도 못하다” “개 같은 인간” “개xx” “개떡 같다” 등등 개와 관련된 단어나 어구 치고 좋은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개는 주인이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 처리 도구이면서 밤손님이 왔을 때 멍멍 짖는 경보 장치 역할을 주로 하다 주인이 원기가 없을 때는 보신탕의 재료가 돼 생을 마감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개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우선 집에서 기르는 개의 호칭도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바뀌었다. 주인이 적당히 가지고 놀다 버려도 되는 장난감에서 주인과 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로 승격한 것이다.

이와 함께 애완동물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 하고 있다. 2010년 1조원 대에 머물렀던 이 시장 규모는 2015년에는 1조8,000억 대로 성장했고 2020년에는 5조8,000억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반려견 미용, 의료, 보험, 식품, 복지, 장묘 분야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개와 함께 살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삶의 기쁨을 나누는 사람이 많아진 것을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반려견 증가와 반비례해 급속히 줄고 있는 것도 있다. 바로 보신탕집이다. 한 때 한국의 전통 문화로 여겨지던 보신탕집은 서울 시내에서 지난 10년 사이 40%가 줄어들었다. 식당 관계자들은 이것이 동물 보호론자의 반대 캠페인도 영향을 미쳤지만 개 키우는 집이 는 것과 직결돼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개를 음식이 아니라 반려자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은 거의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육견협회에 따르면 5년 전 1만여 개에 달하던 개 사육농장도 지금 6,000여개로 줄었다.

16일은 전통적으로 보신탕 성수기인 말복이었지만 한국에서 보신탕집을 찾는 사람 수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다. 이대로 가면 외국인들로부터 “개 먹는 나라”로 손가락질 받는 일도 머지않아 사라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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