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김영란 법’

2016-08-08 (월) 09:05:51 문일룡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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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헌법재판소가 ‘김영란 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공직자들의 부패와 부정을 방지하고 사회적 청결성 확보를 위해 제정된 이 법으로 오랫동안 관행처럼 행해져 오던 여러 행태들이 제재를 받는다. 선물과 뇌물 사이에서 분명하지 않은 부분에 구체적인 액수로 선을 그었다. 그러나 법 제정보다 그 실제적 준수가 더 중요하니 성공 여부는 좀 더 기다려 보아야겠다. 한국에는 사실 법이 없어서라기보다도 법을 무시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경우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법의 적용 대상에 교육계와 언론계가 포함된 것도 당연하다. 교육계와 언론계가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과 중요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가정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교사와 학부모가 자칫하면 적절한 선을 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언론 또한 제 4의 권력이라고 불릴 만큼 막강한 힘이 있다. 권력이 있는 곳에는 유혹도 있다. 그래서 언론계가 김영란 법 대상에 포함된 것은 충분히 납득된다.

이 곳 미국도 공직자에게 할 수 있는 선물의 적절한 수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밥 맥도넬 전 버지니아 주지사 부부의 경우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 2년 반 동안 재판을 받아왔다.


그러면서 내가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몇 가지 경험들이 떠올랐다. 우선 오래 전 주류사회의 유력 신문기자와의 일이다. 당시 그 기자는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부문을 담당했다. 나는 저녁 시간의 회의를 마치고 가끔 동료 교육위원들과 회의장 길 건너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 때 그 기자를 종종 그 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고 그는 교육위원들과 합석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기자는 절대로 교육위원들이나 교육청 홍보 담당자가 자신의 음식이나 술값을 지불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기자는 아무것도 취재원으로부터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자기가 먹고 마신 것은 반드시 본인이 따로 계산했다.

그의 후임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인사나 취재로 만날 때 절대로 내가 기자의 식사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취재를 위해 만날 경우 나의 식사비를 자신이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것이 처음 나에게는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런 원칙의 당연함은 쉽게 이해되었다.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견제 역할을 맡은 자가 아무리 작은 액수라도 선물이나 식사대접을 받지 않는 것은 기본 철칙인 것이다. 조금이라도 취재원이나 제 삼자가 오해할 수 있는 여지를 두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몇 주 전 버지니아 주 법무부 장관과 점심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장관과는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다. 이 지역에 다른 일이 있어 왔다가 나를 만나 점심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내년에 재선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선거 참모와 같이 왔다. 그렇게 셋이 한식당에서 식사를 다하고 내가 비용을 계산하려고 하자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주 법무부 장관인 자신의 식사비용을 내가 지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내 점심 비용은 내가,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개인 크레딧 카드로, 그리고 그의 선거 참모는 선거본부의 법인 카드로 얼마 되지 않는 점심 비용을 모두 각자 따로 지불했다.

어쩌면 관계가 너무 삭막하지 않느냐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원칙으로 모두가 존중하는 한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렇게 누구에게도 의혹의 눈길을 받지 않게끔 처신하는 것이 적절하다. 한국에서도 김영란 법이 그렇게 철저히 지켜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갑을 관계에서 일체의 선물이나 식사 대접도 없이 업무처리가 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문일룡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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