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브렉시트’ 기대했던 모기지 이자율 하락 크지 않네

2016-07-21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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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지 이자율, 10년 만기 국채 금리 1.387% 낮은 수준

▶ 전문가들 “모기지 이자율 더 떨어져야”

■ 국채 금리, 모기지 이자율 간 격차 더 벌어져
브렉시트 결정이 있고 난 뒤 7월 들어 국채 금리는 매주 연속 하락세다.

이중 모기지 이자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7월 7일을 기준으로 약 1.387%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마감했다. 국책 모기지 기관 프레디맥의 집계에 따르면 같은 주 30년 만기 고정 금리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 하락세에 영향을 받아 약 3.41%(전국 평균)로 떨어졌다.

모기지 이자율이 예상밖의 하락폭을 나타내면서 이미 재융자 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모기지 이자율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모기지 이자율 추가 하락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점은 국채 금리와 모기지 이자율간 이자율 차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모기지 이자율이 떨어졌지만 두 이자율간 차이는 약 2.02% 포인트다. 이자율 차이가 좁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주 사이 오히려 더 벌어졌을 뿐만 아니라 2012년 중반 이후 가장 넓은 폭으로 벌어졌다.

국채 금리 하락에 따른 압력에도 불구하고 시중 대출 은행이 모기지 이자율을 속시원하게 인하하지 못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 은행들, 빈 ‘곳간’부터 챙기자
국채 금리 하락의 영향을 받아 모기지 이자율이 하락하면 은행들에게는 두 가지 현상이 발생한다.

대출 이자율 인하가 불가피해 대출 수익이 감소하는 현상이 우선 발생한다. 이미 제로에 가까운 기준 금리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중앙은행으로부터 공급받는 자금 조달 비용은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국채 금리 하락으로 인해 대출 이자율을 낮춰야 한다면 당장 대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게 된다.

반면 재융자를 포함한 모기지 대출 신청은 모기지 이자율이 조금만 떨어져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부문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재융자와 모기지 대출 신청이 급증하는 현상이 국채 금리 하락에 따른 모기지 이자율 하락시에 발생한다. 일반 대출 부문에서는 수익 감소를 피할 수없지만 모기지 대출을 통해서 기타 대출 손실을 만회해야하는 것이 은행측의 입장이다.

은행별 대출 부문 구조에 따라 모기지 대출 증가에 따른 기타 대출 부문 손실 회복 정도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기존 모기지 대출 비율이 높은 은행의 경우 최근과 같은 모기지 이자율 하락 초기에 발생하는 모기지 대출 신청 급증으로 가장 큰 혜택을 입게 된다.


시장 분석기관 FBR 캐피탈 마켓의 폴 밀러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웰스파고 은행의 경우 모기지 이자율 하락에 따른 가장 큰 수혜자다. 모기지 발급액 면에서 1위 은행인 웰스파고 은행은 비이자 수익의 약 15%가 모기지 대출 부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모기지 대출 발급이 증가할 수록 관련 수익도 늘게 된다.

최근과 같은 현상은 2012년에도 이미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모기지 재융자붐이 일어났고 은행들의 관련 수익이 급증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대출 수익 증가로 모기지 이자율 인하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이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이자율 인하 대신 수익 쌓기에만 나선 바 있다.

■ 모기지 이자율 3.25%는 되어야
모기지 시장 정보지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의 발행인 가이 세칼라는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이 적어도 약 3.25%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현재 국채 금리 수준과 30년 만기 고정 금리 수준간의 격차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간 격차가 과거 10년 평균 수준 격차를 보이면 모기지 이자율은 약 3.17% 수준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모기지 이자율이 10년만기 국채 금리 추이에 따라 변동하는 원인 중 하나가 주택 소유주들이 평균 10년마다 주택을 처분하면서 모기지 대출 상환에 나서는 패턴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비록 30년 만기 대출을 발급받지만 실제로 약 10년마다 상환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10년만기 국채 금리 이자율와 비슷한 변동 추이를 보이는 것이다.

현재 시중 모기지 이자율이 이론만큼 낮지 않지만 주택 구입 대출 및 재융자 시행에 전혀 불리하지 않은 수준이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30년 만기 고정 금리가 3.5%대 밑으로 떨어지면서 다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진입했다. 초저금리가 이어진 2012년 이후 모기지 이자율이 3.6~4%대 사이를 기록한 시기는 여러번 있었지만 3.5%대를 밑돈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모기지 이자율은 2012년 11월 약 3.31%로 사상 최저 수준을 찍은 바 있는데 현재 이자율 하락 속도라면 다시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이다.

■ 은행들 즐거운 비명
모기지 이자율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은행들의 모기지 대출 수익 전망도 밝아졌다.

은행의 모기지 대출 수익은 크게 신규 구입 대출과 재융자 발급에 따른 수익으로 분류된다. ‘모기지은행업협회’(MBA)는올해 모기지 발급액 총액이 약 1조 6,63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약 2% 증가할 것으로 지난 6월 전망했다.

MBA는 당초 올해 모기지 발급액이 이자율 상승 전망에 따라 전년대비 약 15%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예상과 달리 이자율 상승대신 하락 현상이 발생하면서 MBA의 모기지 발급액 전망은 올해만 벌써 5차례 상향 조정됐다.

모기지 이자율이 하락하면 가장 먼저 들썩이는 곳이 재융자 시장이다. 7월 둘째 주 재융자 신청은 이자율 하락을 즉각 반영, 전주 대비 약 22%나 급증했다.

주간 대비로 2015년1월 이후 가장 높은 폭의 증가율로 재융자가 전체 모기지 신청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약 62%로 매우 높았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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