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구입 과정, 사전 준비 소홀하면 걱정거리만 생겨

2016-07-07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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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가보다 비싸게 구입했다면 바이어 측 계약 취소 권한 있어

주택 구입 결정은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 결혼 결정과 비유될 수 있다. 주택 구입 오퍼를 제출할 때 느끼는 떨리는 순간도 잠시. 제출한 오퍼가 수락됐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러나 에스크로 마감을 앞두고 다가오는 왠지 모를 긴장감은 결혼 전날 신부의 심정과 비슷하다. 내가 이렇게 큰 책임이 따르는 결정을 내렸다는 생각이 쉴새 없이 떠오르는 것은 주택 구입자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그러나 막상 주택 구입 절차가 끝나고 새집으로 입주한 뒤 시간이 흐르면 그때 가졌던 생각들이 다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주택 구입을 앞두고 흔히 갖게 되는 걱정거리와 그에 대한 해결책을 알아본다.

■ 모기지 페이먼트 못 갚으면 어쩌지
융자 사전승인 절차를 거치고도 모기지 대출 서류에 서명하기 전 누구나 갖게 되는 걱정이다. 이런 걱정은 자신의 소득과 비교할 때 비싼 집을 구입하는 바이어에게 더욱 크게 다가온다. 불안감을 없애려면 애초부터 모기지 대출 은행이나 재정 전문인을 통해 철저한 대출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경우는 모기지 대출 전 큰 그림을 보지 못할 때다. 매달 납부해야 하는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만 주택 구입이 소요되는 비용으로 생각했다가는 우려가 현실이 되기 쉽다. 모기지 페이먼트 외에도 재산세, 관리비, 주택 보험료, 각종 유틸리티 비용 등 주택 구입 후 예상되는 모든 비용을 계산한 뒤 가구 소득과 비교해야 한다. 주택 관련 비용이 전체 가구 소득의 약 28%를 넘으면 안 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이다.


■ 너무 비싸게 구입하는 것 아닌가
요즘처럼 주택 구입 열기가 뜨거운 시기에 너무 비싸게 주고 사는 것 아닌 가라는 걱정을 하는 바이어가 많다. 매물은 적고 바이어 간 경쟁만 심하다보니 ‘웃돈’을 주지 않고 내집 장만하는 일이 쉽지 않는 시기다.

이 같은 우려는 시세에 대한 조사가 부족하면 느끼기 쉽다. 오퍼를 제출하기 전에 주변에서 매매된 주택 자료를 통해 적절한 시세부터 파악해야 한다.

만약 여러 명의 바이어가 동시에 오퍼를 제출하는 상황이라면 시세를 기준으로 ‘웃돈’을 줄 것인가를 결정하면 된다. 시세 정보를 모르고 있다면 주택을 구입한 뒤에 비싸게 주고 샀구나하고 깨달을 때가 많다.

아직 주택 구입이 완료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기지 대출을 통한 구입시 대부분 감정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외부 감정 업체에 의한 감정가가 산정되면 비싸게 주고 사는 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만약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을 주었다면 바이어측이 주택 구입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한번 더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 더 좋은 매물이 나오면 어떡하지
막상 오퍼를 제출해 놓고 난 뒤 불현듯 드는 생각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듯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봄철에 이런 걱정을 하는 바이어가 많다. 이런 걱정은 바이어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사전 작업’을 거치지 않는 경우에 하기 쉽다. 오퍼를 제출하기 전에 여러 매물을 충분히 살펴보고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야 마음에 드는 집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발품을 충분히 팔아야 매물을 보는 눈이 생기고 오퍼를 제출한 뒤에도 결정이 흔들리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집이 나올 것 같다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1에서 10점까지의 점수 중 현재 구입하려는 집이 몇점 쯤 될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만약 점수가 8점 이상이라면 구입을 진행해도 큰 무리는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년내내 집을 보러다녀도 10점짜리 집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 사자마자 집값 떨어지면 안 되는데
집값이 하루아침에 떨어지는 것을 경험한 것이 10년도 채 안 된다. 거침없이 오르던 주택 가격이 금융 위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급락하더니 하락세가 무려 약 5년간이나 지속됐다. 그래서 최근 주택 구입에 나서는 사람들이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주택 가격 오름세가 4년간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상승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택 가격 변동 요인이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미래 주택 가격에 대한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주택 구입 뒤 보유 기간이다. 집값 하락에 대한 걱정은 보유 기간이 짧을수록 커진다. 주택 구입 뒤 1~2년간만 살 계획이라면 주택 가격 단기 전망에 대한 걱정이 없을 수 없다.

단기간 쌓을 수 있는 주택 순자산가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보유 기간이 오래 될수록 주택 가격 변동에 대한 우려는 불필요해진다. 구입 즉시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순자산 가치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보유기간동안 주택 시장이 불황과 호황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 수리비 많이 나올 것 같은데
홈 인스펙션을 실시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결함을 발견하는 경우가 흔하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는 이른바 ‘픽서 어퍼’(Fixer Upper) 매물을 구입할 때 특히 그렇다.

문제점이 생각보다 많이 발견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홈 인스펙션 보고서에 지적된 여러 사항을 잘 살펴서 어떤 결함부터 수리해야 할지 우선 순위를 정하면 된다.

입주 전에 반드시 실시되어야 할 결함이라면 셀러측에게 수리를 요구할 수 있고 큰 불편이 없는 결함이라면 주택 구입을 마친 뒤에 실시해도 된다.

결함이 너무 심각하다고 판단되거나 수리비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 홈 인스펙션 컨틴전시를 행사해 주택 구입을 취소할 수도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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