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년 전설 농다리 고개 넘으면 초롱길 하늘다리

2016-05-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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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진천 가볼만한 곳… 초록빛 짙은 초평저수지

▶ 호젓한 수변데크 ‘초롱길’

천년 전설 농다리 고개 넘으면 초롱길 하늘다리

농다리는 자연석으로 축 조한 가장 오래된 돌다리다. 겉보기에 막 쌓은 것처럼 투박해 보이지만 크고 작은 돌을 촘촘히 엮어 1,000년의 세월을 견뎌오고 있다.<사진=최흥수 기자>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진천IC를 조금 지나면 왼편으로 ‘천 년의 숨결 농다리’라는 대형 입간판을 볼 수 있다.

농다리가 위치한 곳은 바로 아래 세금천. 국내에서 자연석으로 만든 가장 오래되고 긴 다리다.

1,0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농다리에 얽힌 이야기는 100가지도 넘는다. 그 중에서도 고려 때 임장군이 강 건너편 아낙네의 딱한 사정을 듣고 용과 말을 동원해 다리를 쌓았다는 설화가 널리 전해진다. 다리 앞 굴티마을이 대대로 성산 임씨의 터전이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농다리라는 이름도 대바구니를 짜듯 크고 작은 돌을 촘촘히 엮어 교각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대바구니 농(籠)자로 설명하지만 후대의 그럴싸한 해몽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농다리를 지켜온 진정한 힘은 오랜 세월 전통유산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지역의 노력이었다. 2005년유실된 3개의 교각을 완전 복원하기전에도 크고 작은 보수의 손길이 있었고, 여기에 농다리의 가치를 높이려는 학술적 노력도 보태졌다. 농다리는 그냥 보기에 일직선이지만 위에서 보면 지네가 기어가는 것처럼 살짝휘어져있다.

거친 물살에도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유속의 저항을 최소화한 구조다. ‘조선환여승람(朝鮮環與勝覽)’에음양의 기운을 고루 갖춘 돌을 이용해 쌓았다는 기록도 찾아내 28개 교각은 별자리 28수의 이치를 의미한다는 스토리도 더했다. 이만하면 폭3.6m, 길이 93m 돌다리가 역사로나 규모로나 보존노력으로나‘롱(long)다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농다리 자체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하지만 바로 옆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기 때문에 소음이 만만치 않다.

관광지로서는 최악의 조건이다. 대신 다리를 건너 얕은 언덕을 넘으면 아쉬움을 충분히 보상하고 남을 만한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걸으면 언덕에 가려졌던 짙푸른 호수가 반긴다. 1958년 한국과 미국이 최초로 합작해 만든 초평 저수지로, 충주호을 제외하면 충북에서 가장 넓은 호수다. 1986년 증축을한 이후에는 호수의 형상이 마치 용처럼 휘어져 있고, 인근 두타산에 오르면 물에 둘러싸인 땅이 한반도지형이어서 화재가 되기도 했다.

진천군은 최근 호수 주변으로 ‘초롱길’이라는 산책길을 만들었다. 초평저수지와 농다리의 머리글에서 이름을 땄다. 진천청소년수련원까지 약1km 전체 구간에 수변데크를 설치해 호젓하게 호반산책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오르막내리막도 전혀 없어 노약자도 힘들지 않은 길이다. 분위기는 괴산의 산막이길과 비슷한데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스토리도 부족하고 아기자기한 맛은 다소 떨어진다.

길은 호수에 바짝 붙어있으면서도 아름드리 상수리나무 사이를 지나기 때문에 그늘이 짙고 시원하다. 쉼터에는 ‘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의 유래를 8폭 그림책으로 설치해 스토리를 입히려는 노력도엿보인다.

수변데크가 끝나는 지점에서 호수 맞은편 청소년수련원까지는 길이 100m가 넘는 대형 교량으로 연결된다. 사람만 다니는 다리로는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한발씩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출렁대는 아찔함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하늘다리’라는 이름처럼 다리 위 풍광은 시원하지만 농다리와 함께 또 ‘천 년의 숨결’을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천년 전설 농다리 고개 넘으면 초롱길 하늘다리

살짝 휘어지게 축조해 유 속의 저항을 최소화했다


천년 전설 농다리 고개 넘으면 초롱길 하늘다리

초평저수지를 가로질러 연결한 초롱길 끝부분의 하늘 다리.


천년 전설 농다리 고개 넘으면 초롱길 하늘다리

오르막 내리막이 전혀 없어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진천=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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