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Santiago Peak, 초목 벗 삼아 바람과 구름과 햇볕 반기면… 어느덧 정상

2016-05-20 (금)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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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Peak, 초목 벗 삼아 바람과 구름과 햇볕 반기면… 어느덧 정상

Holy Jim Canyon

오늘은 오렌지 카운티의 최고봉이면서 동시에 샌타아나 산맥의 최고봉인 Santiago Peak(5,687’)을 찾아간다.

LA나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 가장 자주 찾아가는 산들은 주로 샌 가브리엘 산맥에속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산들의 정상에 올랐을 때 태평양이 있는 방향으로 구름위에 홀로 떠있는 섬처럼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산이 바로 이 Santiago Peak이다. Cleveland National Forest에 속하면서, LA의 바로이웃인 오렌지 카운티에 위치한 산이지만, 이 산에 올라본 분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이 산을 오르는 것은 왕복 16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가 4,500’가 되어 결코 만만치 않은 산행이 된다.


사실 이 산은 남가주의 기준으로는 전혀 높은 산이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기준을 적용한다면, 해발고도가한라와 지리에 이어 세 번째의 고봉이 되는 설악산(1,708m)이나, 지리산 제4봉인 반야봉(1,732m)보다 더 높은 1,734m(5,687’)가 되므로, 한국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한손으로 꼽을만한 고봉이 된다.

이 산을 오르는 여러 등산로 중에 가장 아름다운 루트인 Holy Jim Trail로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입구에 이르는 마지막 5마일의 비포장도로구간이 아주 거칠고 험하여 High Clearance 차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점도, 이 산의 등정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 산의 명칭 ‘Santiago’는 스페인사람들이 부여한 것인데, 칠레의 수도 ‘Santiago’에서 알 수 있듯이 지명으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이다. 라틴어의 ‘Santus Jacobus’에서 온 말로 ‘St. James the Apostle’이라는 의미를 가졌다고 한다.

흔히 이 산을 Old Saddleback이라고도 하는데, 특히 서쪽 멀리에서 이산을 보면 Santiago Peak과 ModjeskaPeak의 사이가 아래로 푹 꺼지는 안부를 이루어, 이 두 봉우리를 포함한 전체적인 산의 모습이 꼭 말의 안장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산을, 아무에게나 쉽게 등을 내주지 않는 아직은 순치되지 않은 거친 야생마에 비유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겠다. 다행이라면 이 말의 잔등에 번듯 올라타는데 어떤 위태로운 모험이나 세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아름답고 푸르른 산천초목을 벗하며, 바람과 구름과 햇볕을 반기고, 헉헉대는 숨결과 송글송글한 땀방울도 즐기면서, 부지런히 걷는 인내와 열성이 있으면 충분한 것이겠다.


<등산 코스>
주차장에서 북쪽으로 2개의 널찍한 길이 나있다. 왼쪽으로 굽어지는 길을 따라 등산을 시작한다. 길섶에Prickly Pear Cactus와 Agave류의 선인장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곳을 지나고 몇몇 개성 있는 아름다운 숲속의주택을 지난다.

대략 0.5마일이 되는 지점에 이르면 ‘Holy Jim Trailhead’라는 큰 표지판이 다시한번 나온다. 차도가 끝나고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길섶에서 때로는 무화과 나무도 볼 수 있고 도라지를 닮은 자주색 꽃이 피는 덩굴식물 Periwinkle도 보게 된다.


대략 1.2마일을 지나면 길이 왼쪽으로 바짝 꺾이며 계곡을 벗어나 산기슭으로 올라간다. 꺾이는 곳의 오른쪽에 등산로 안내팻말이 있고 샛길이 있다. 왕복 10분 내외가 소요되는 18’낙차의 Holy Jim폭포로 가는 짧은 길이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가야하는 길이 멀기에, 하산하면서 잠시 짬을 내보려는 자세가 바람직하겠다.

안내팻말에 ‘Main Divide Rd’라고 가리키는 왼쪽 등산로로 나아간다. Main Divide Road를 만나게 되는 곳은 4.5마일 지점이므로, 계곡을 벗어나 서북쪽의 산허리를 따라 굽이굽이 뻗어있는 등산길을 아직 3.3마일을 더 가야한다. 여러 종류의 수목들이 푸르게 우거져 있는 아름다운 오솔길이다. 차츰 고도가 높아지면서아래로 Holy Jim Canyon과 그리로 드리워지는 산줄기들도 역시 아름답고 청량하다. 2마일지점, 3마일 지점, 4마일 지점에 각각 등산시작점으로 부터의 이정을 표시한 팻말이 있다.

4.5마일지점에서 드디어 Main Divide Road를 만나게 된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비포장 차도이다. 정상으로이어지는 길은 왼쪽이지만, 우리는 차도가 아닌 등산로를 걷기 위해서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반마일쯤을 간다.

길 왼쪽으로 버려진 시멘트 구축물이 있는 지점을 지난다.

곧‘ Upper Holy Jim Trail’이라는 표지판을 만난다. 왼쪽으로 바짝 꺾이어 등산로가 시작된다. 5마일 지점임을 알리는 팻말이 있다. 지그재그로 경사가 큰 산기슭을 오르게 된다. Manzanita, Chamise가 주종인 키가 낮은Chaparral숲이라서 시야가 막히지 않아 전망이 좋다. 첩첩한 산줄기들이 마냥 푸르고, 15번 Freeway도 또렷하게 식별된다. 왼쪽으로는 Santiago Peak의 정상부에 있는 통신 Antenna들이 보인다. 몇 그루의Coulter Pine이 서있는 곳을 지난다.
Santiago Peak, 초목 벗 삼아 바람과 구름과 햇볕 반기면… 어느덧 정상

Holy Jim Trail 입구.


약 30분이면 비포장도로인 Main Divide Road를 다시 만난다. 6마일쯤의 지점일 것인데 여기서 부터는 이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차츰 정상의 안테나타워들이 가까워진다. 정상까지 0.4마일 정도가 남았을 즈음에, 길이 왼쪽으로 바짝 꺾이는 지점에 이르는데, 굵은 철봉 말뚝으로 차량의 출입을 막아놓고 있는 곁길이 오른쪽으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Santiago Peak과 직선거리 약 1마일의 이웃인 Modjeska Peak으로 연결되는 등산로로는 편도 2마일의 거리가 된다. 이 지점에서는 북동쪽으로 멀리 Lake Mathews가 보인다.

우리는 계속 직진한다. 곧 정상에 이른다. 많은 통신 안테나들이 설치되어 있어 정상점(5,687’)이 어디인지알기 어렵다. 구축물들을 설치하려고 대체로 여기저기 밋밋하게 정지를 한 상태이다. 정상에서의 전망을 살피려면 좁지 않은 정상부위를 이리저리두루 돌아야 한다. 정상점은 남쪽(왼쪽)으로 약간 봉긋하게 솟아있는 10평 내외가 될 작은 돌출부가 된다. 예전에 화재감시대가 있던 흔적이 남아있다.
Santiago Peak, 초목 벗 삼아 바람과 구름과 햇볕 반기면… 어느덧 정상

정상에 올라 담소를 나누는 한인 등산객들.


날씨가 좋으면 정상에서 많은 산들을 볼 수 있다.‘ 3성인산’이라고 부르는 Mt. San Gorgonio(11,503’), Mt.

San Jacinto(10,834’), Mt. San Antonio(10,064’)는 물론이고 Mt. San Bernardino, Santa Rosa, Palomar 등의많은 산들을 식별할 수 있다.

하산하는 길에 북서쪽으로 가까이 있는 Modjeska Peak(5,496’)에 들리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Santiago Peak에 이어 Orange County와 Santa Ana 산맥의 제2봉이 되는데, 고국 Poland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이곳 OrangeCounty에 정착하여 활동했던 세익스피어비극의 유명 여배우 Helena Modjeska(1840~1909)에게 헌정되어진 산이다.

이 Modjeska Peak을 찾아가려면, 앞에서 언급한, Santiago Peak의 정상점에서 약 0.4마일을 내려온 지점에있는 차량통행차단 말뚝을 넘어 북쪽으로 내려가는 산길을 따라간다.

5분여 만에, 오래전에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폐자동차를 길섶에서 보게되면, 길을 옳게 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누군가가 이곳까지 무리하게 차를 몰고 들어왔다가 더 이상은 도저히 진퇴가 불가하여 어쩔 수 없이버려진 것인가 보다. 그래서 이 갈림길의 초입에 차량통행을 차단하는 쇠말뚝이 세워지게 된 모양이고 이구간의 중간지점에서 다시 차량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대략 100m정도만 차도를 걸으면 다시 오른쪽에 산기슭으로 오르는 등산길이 나온다. 15분쯤 이 산길을 걸으면 다시 차도에 닿게 되고, 이 차도를 따라 또 15분쯤을 가면 Modjeska Peak의 정상에 이른다. 왕복 4마일에 2시간쯤이 추가된다. 그러나 Orange County와 SantaAna 산맥의 제1봉과 제2봉을 일거에 답파한다는 등산인으로서 보람이 작지 않을 것이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310)259-6022

<가는 길>
LA에서는 5번 Freeway South를 타고 내려가다가 El Toro Road Exit으로 나가서 El Toro Road North로 따라간다. Cook’s Corner Restaurant을 지나면 길이 좌측의 Santiago Canyon Road와 우측의 Live Oak CanyonRoad(S19)로 갈라진다. 우측의 Live Oak Canyon Road를 따라간다. 우측으로 O’ Neill Regional Park의 입구부근에서 좌회전한다. 이제부터 이길은 Trabuco Canyon Road가 된다.

차의 주행거리계를 0으로 해 놓는다.

Rose Canyon Road를 지나면서 4.4마일 되는 지점에 이르면 물이 흐르는 큰 냇가가 나온다. 다시 주행거리계를 0으로 하고 이를 건너서 바로 왼쪽으로 있는 비포장도로 Trabuco Creek Road로 들어간다.

여기서 시냇물의 좌우 양안을 넘나들며 4.6마일을 들어가면 ‘Holy Jim Trail’의 안내판이 있는 넓은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도로상태가 매우 거칠어 가능한한 High Clearance 차량을 이용해야한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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