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칸에 간 ‘아가씨’ 호평일색…

2016-05-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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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종려상 거머쥘까?

칸에 간 ‘아가씨’ 호평일색…
“놀라움으로 가득 찬 에로틱 스릴러" “큰 성공이 기대된다" “예상을 뛰어넘는다"

박찬욱(53) 감독의 ‘아가씨'가 제69회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

14일 프랑스 칸에서 최초 공개된 ‘아가씨'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면서 수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가씨'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21편의 영화 중 6번째로 공개됐다. 앞서 상영된 5편의 경쟁작들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물론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 21편 중 15편이 관객을 만나지 못한 상황이어서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아가씨'가 이들 작품 중 가장 독창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고, 서양인에게 더욱 매혹적으로 느낄 만한 동양적 요소들이 영화에 혼재돼 있다는 점이 수상 기대감을 높인다.

미국의 할리우드 리포터는 ‘아가씨'를 극찬하며 “도착적인 대사나 노출이 적진 않지만, 절대 저급하지 않다. 도전을 감당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분명히 좋은 시간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평했다.

영국의 스크린인터내셔널은 “장난기 가득한 유머와 아름다운 정사 장면, 모범적인 의상 디자인과 숨겨진 잔혹함의 조합이 이 영화"라며 “여성 동성애에 관한 내용은 보수적인 아시아 시장에서는 제약이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만큼 큰 성공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14일 진행된 두 차례 상영(언론·일반 관객 시사) 당시 뤼미에르 대극장에는 3,000여명의 관객이 찾아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일반 관객 시사 때는 영화적으로 자극적인 묘사가 이어지자 일부 관객이 자리를 뜨기도 했으나 대부분 관객은 박 감독의 의도대로 웃음과 관능을 오가며 영화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영화가 끝나자 뤼미에르 극장은 5분여간 기립박수로 채워졌다. 작품이 끝나면 기립박수를 보내는 게 칸영화제의 관례이지만, 일부 작품에 대해서는 야유가 쏟아지고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기도 전에 관객이 빠져나가는 전례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상영이 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앨레나 폴라키는 “예상을 넘는 파격에 놀라움을 느꼈다. 특히 아름다운 영상미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탈리아 언론도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은 꼭 베니스로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토론토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카메론 베일리는 “너무나도 인상적인 영화였다. 아직도 내 마음 속 울림이 수그러들지 않는다"고 했다.


전 세계 바이어들 또한 ‘아가씨'를 높이 평가했다. 폴란드 구텍필름 관계자는 “‘아가씨'는 환상적인 걸작이다. 모든 장면에서 만족을 느꼈고, 숨겨진 더 깊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였다.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독일 배급사 코흐미디어 관계자는 “순수한 영화적인 즐거움을 가득 담은 작품으로 꼭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라며 “영화에서 보이는 미쟝센은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평했다.
박찬욱 감독은 앞서 칸영화제에서 두 차례 수상한 바 있다.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2등상)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3등상)을 받았다.

시상은 22일(현지시각) 폐막식에서 진행된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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