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ADHD 치료약이 ‘공부 잘하는 약’ 둔갑, 한인 학생들오•남용 심각

2016-05-12 (목) 천지훈•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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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력 좋아”입소문 퍼져...불법유통 되는 약 구입

▶ 한인유학생들 밀반입도

한인 대학생 유모씨는 요즘 기말 고사 기간을 앞두고 공부를 하면서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 유씨가 먹고 있는 약은 그런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증후군’(ADHD) 치료제로 쓰이는 처방약인 ‘애더럴’이다.

처음에는 우울증 때문에 약 복용을 하게 됐다는 유씨는 “공부 스트레스에 우울증이 겹쳐 약을 처방받았는데 집중력도 올라가고 공부하는 데 효과를 본 것 같았다”며 “주변 친구들도 시험기간에 단기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이런 약을 먹는다”고 말했다.
최근 졸업시즌을 앞두고 대학생들이 기말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ADHD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ADHD 치료제로 쓰이는 애더럴 등은 모두 의사의 진단 후 처방을 받아야하는 약인데, 집중력을 높여주고 공부가 잘 되는 약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일부 대학생들의 경우 처방 없이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이같은 약을 구입해 복용하고 있어 오남용 부작용을 낳고 있다.


또 다른 한인 대학생 송모씨는 “친구의 권유로 약을 처음 복용했는데 장시간 책상에 앉아있어도 집중력이 흩어지지 않아 효과를 본 것 같다”며 “주변에서 좋은 시험 성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시험기간이 되면 불법적으로 약을 구입해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이같은 ADHD 치료제 복용은 직접 의사에게 처방을 받아 이뤄지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재구입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또한 미국에서 공부하는 일부 한인 유학생들이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이라며 애더럴과 같은 처방약을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가다 세관에서 밀반입 혐의로 적발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 암페타민 성분은 마약 등급 2급에 해당되는 금지 약물로, 이같은 성분이 든 약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처방을 받았더라도 한국에 소지하고 들어갈 경우 처벌받을 수 있지만 일부 유학생 중에는 이를 모르고 한국에 가지고 들어가다 세관에 적발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ADHD 치료제의 오남용이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약물남용연구소에 따르면 애더럴의 경우 암페타민 성분이 포함돼 있어 전문의와 상담 없이 복용할 경우 심장박동수를 증가시키거나 혈압과 불면증에 영향을 주는 등의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

또 ADHD 관련 처방약으로 쓰이는 ‘리탈린’과 같은 메틸페니데이트 성분 처방약도 일부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통하고 있는데,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활성화시키는 기능이 있지만 치료제로 개발된 약일 뿐 건강한 사람이 복용하면 심한 두통이나 가슴 두근거림 등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이 소견이다. A1

<천지훈•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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