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수필]제복의 후예

2016-05-04 (수) 강신용 CPA·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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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의 인기가 대박이란다. 육군대위, 정말 멋진 계급이다. 청춘이 있고 꿈이 있는 꽃 같은연령의 군인 계급이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삼사년이면 진급할 수 있는 손에 잡힐 듯한 계급이다. 어쩐지 믿음직스럽고 당당한 제복의 사나이, 너무 멋진 태양의 후예가 브라운관을 후끈 달군다.

아침 햇살에 희망이 실려 내려온다. 공원 테니스장 옆길로 지나는 아이가 살짝 손을 흔들어 준다. 꿈을 먹고 희망을 안고 자라는 아이들이 등교 길에 가득하다. 엄마와 손잡고 한 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내딛는 모습이 마치 소중한 보석처럼 보인다.

이십여 년 전 이곳을 지나던 고사리 같은 손들도 지금쯤 대위 같은 연령으로 이마위에 흐르는 땀을 닦는 일터의 주인공이 되었을게다.


일터는 희로애락을 품은 삶의 요람이다. TV 에서 본 울릉도 절벽위에 칠십 가까이 부지깽이 나물 농사로 평생을 살아온 팔십대 노부부의 삶의 현장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기 백평 나물밭에 팔십 평생을일개미로 살았어도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다. 흙 댕이가 훈장처럼 붙은 농사꾼의 옷소매에 태양에 그을린 순박한 미소가 그저 훈훈하기만 하다.

날개옷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잘디잘게 세상을 조그맣게 나눠 놓으면 그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개구리처럼 우물 안에 살던 부지깽이 나물 농사로 울릉도에 살아도 따뜻한 행복은 어느 곳에나 함께하듯이 편한 옷이 좋은 옷이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고 만남과 만남은 첫인상에서 시작한다. 어딘지 따뜻하고 사랑스런 옷매는 특히 여성들의 로망일 듯 싶다. 늘 깨끗하고 윤기 나는 깃털을 가꾸는 새처럼 우리의 날개옷은 세상에 품격을 내 보인다.

몸에 새긴 문신이 유니폼의 원조라고 한다. 문신을 딱 보면 “우리는 같은 편이야, 우리는 하나야”하고말없이 느끼는 동질감이다. 하늘 위의 비행기 여승무원들은 온갖 아름다운 유니폼 제복으로 승객의 눈길을 끈다.

태양의 후예들은 군복을 입고 의사 가운을 입고 자신들의 권위를 명예롭게 지키는 모습에 우리는 박수치고 웃고 울며 대리만족이나마 할 수 있었다. 폼 나는 제복에서 권위와 자긍이 용솟음친다. 어린 시절 제복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육군사관생도의 멋진 정장에서 육사를 지원하기도 했고 상선위에 마도로스의 멋진 제복에 해양대학 진학도 생각해 보았다.

결국 대학에 입학해서는 그저 편해서 교복을 꽤나 즐겨 입고 다녔다. 학교 마크에는 월계관에 횃불과 펜으로 조국을 밝히는데 앞장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마도 어린 시절 제복에 대한 로망이남아서일까 금색 줄로 새긴 대학마크가 들어간 교복이 자랑스러웠다.


한국에서 엄마의 성공은 자녀의 대학입학에 비례한다. 이 말을 처음 듣고는 무슨 뜻인지 몰라 황당했다. 성공한 아빠는 없고 서울대 고대 연대를 의미하는 스카이(SKY) 대학에 자녀가 들어가면 성공한 엄마라고 한다. 대한민국 천지에 실패한 엄마들이 넘쳐나는 고국의 현실에 기가 막힌다.

대학 걱정 없는 미국에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라는 2세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밖에는 모르고사는 우리 이민 1 세에 비하면 지상낙원에 사는 셈이다. 어떤 대학을 입학하던 말썽없이 자라준자녀가 고맙다고 만족하며 지낸다.

제복 속에서 인성이 자란다. 어린 시절 교복을 입고 지낸 학생시절은 유니폼에 익숙해있다. 영국인은 연미복 제복을 입은 이튼 학생을 자랑스럽다고 한다. 이튼의정신이 조국을 위해 수천의 졸업생이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것이다. 죽음 앞에서도 당당한 제복의 군인정신과 나이팅게일의 간호사 정신이기억 속에 남아있다.

제복의 행위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도 조직의 목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젊음에 우리는 환호한다. 보통의 영웅이 그립다. 선출직 명예는 없어도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소박한자유인이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 제복의 후예다운 쩐의 노예이기를 거부하는 일터의 영웅들이 주위에서 자라고 있다.

<강신용 CPA·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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