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사람을 아시나요

2016-04-26 (화) 09:32:11
크게 작게
베이징을 여행하게 되면 거의 필수적으로 둘러보는 곳의 하나가 명(明) 13능이다. 그 대표적인 능은 정릉(定陵)이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능 전체가 높은 성벽이 둘러싸여 있어 지하궁전을 구현한 느낌마저 준다.

이 지하궁전의 주인은 명나라 13대 황제 신종 만력제(神宗 萬曆帝)다. 그의 이름은 주익균. 그가 재위기간 30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작품이 이 지하궁전, 자신의 무덤이다.

이 주익균이란 사람은 여러 가지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전무후무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불통(不通)의 기록’이다.


조회가 열린다. 만조백관이 시립해 황제를 기다린다. 한 참 기다려도 황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내시가 달려와 알린다. 황제의 불참이다. 이런 날이 하루, 이틀, 10일, 100일…. 부재로서 자신의 존재를 오히려 강력히 부각시켰다고 할까. 그 세월이 25년이라고 한다.

그 시절 전해지는 에피소드의 하나. 당시 이정기라는 인물이 있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복지를 개선한 강직하고 유능한 관리였다. 어쩐 일인지 그가 중앙정부의 호출을 받았다. 그러나 맞닥뜨린 현실은 절망뿐이었다. 결국 사직서를 냈다. 그런데 답변은 오지 않았다.

또 다시 사직서를 냈다. 답변은 오지 않았다. 그러기를 150여 차례. 그러나 종내 답변은 하나도 없었다.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한 것이다. 그러다가 그는 죽고 말았다.

불통으로 일관했다. 그 세월이 수 십 년이 되면서 재상도 황제의 얼굴을 까먹었다. 중급 이하의 관리들 중 황제를 한번이라도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은 아예 없다. 심지어 만력제의 아들들조차 아버지의 얼굴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 시절 명나라는 ‘G1’- 세계 최강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그 명이 결국 패망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그 몰락의 최대 공로자로 후세 역사가들은 주저 없이 만력제를 꼽는다.

손자 대에 가서 망하지만 망국의 충분조건은 만력제가 이미 모두 갖추어 놨다는 평가다.

명을 대신해 중원을 차지한 청나라 사관들의 만력제에 대한 평은 더 혹독하다. ‘군신간의 소통이 막히면서 소인배들이 권세와 이익을 쫓아 날뛰었다. 명나라의 멸망은 실로 만력 대에 행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비결은 사실 간단하다. 소통, 소통, 소통이다. 임기 마지막 해다. 게다가 여소야대의 정국이다. 그런데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50%대까지. 누구를 말하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그 오바마의 리더십을 소개하면서 ‘제발, 제발…’하며 읍소에 가까운 권유를 하고 있다. 불통으로 일관했다. 3년 내내. 그러다가 총선서 참패를 당했다. 그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 언론들이 보인 충정이다.

과연 권유를 귀담아 들을 것인가. ‘혹시…’하는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글쎄…’란 생각이 앞선다. 2년9개월 만에 가진다고 한다. 대통령이 언론인들과 만나는 자리 말이다.

그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대통령이 언론인을 만나는 것은 의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그나마 엎드려 절 받기 식으로 이루어진 게 언론인 간담회로 보여 하는 말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