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190’
2016-04-19 (화) 01:42:44
쓸쓸하다
사생활이 걸레 같고 그 인간성이 개판인
어떤 유능한 탈렌트가 고결한 인품과
깊은 사랑의 성자의 역할을 할 때처럼
역겹다
그리고 보통 살아가는 어리숙하고 착하고
가끔 밴댕이 소갈딱지 같기도 한 이런저런 모습의
평범한 서민 역할을 할 때처럼
그보다 훨씬 똑똑하고 세련된 그가
그보다 훨씬 자극적이거나 도색적인 그가
수줍어한다거나 이웃에 대해서 작은
정을 베풀고 어쩌구저쩌구 하는 역할을 할 때처럼
각자 아버지고 어머니고 선생이고 아내고
어쨌든 이 무수한 탈렌트들과
나는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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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속과 겉이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이 있다. 가면을 쓰고 고결한 척, 세련된 척 살아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추악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들을 이중인격자라고 위선자라고 손가락질 하지만 우리 자신은 어떤가? 시인은 그 손가락질을 자신에게도 똑같이 돌린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수많은 역할, 혹은 연기를 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가. 살면서 불가피한 것이 연기라면, 재주 많은 위선자가 아니라, 서툴러도 진실하고 따스한 연기자가 되자.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