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료 의향서(Advance directive)는 회복불능 상태에 놓일 경우 본인이 받을 치료의 범위를 미리 정해놓는 문서로 심폐소생술 등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것을 서약하는 일종의 선언이다.

일반적으로 사전의료 의향서는 법적인 효력을 갖지는 않지만 불능 상태에 놓였을 때에 대비해서 주치의나 가족들과 상담을 하게 되면 그런 상태가 닥쳤을 때 쉽게 대처할 수 있고 환자나 가족들이 불필요한 치료를 통해서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된다.

80대 중반의 박모 할머니는 지난 2년 동안 당뇨병성 만성 신장으로 혈액투석을 받아왔다. 2주 전에는 급성폐렴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급기야 호흡곤란이 와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게 되었다.

텍사스에 있는 아들과 서울에 있는 딸이 연락이 되었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엄마를 보러왔지만 처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병원 의사들이 가족들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더 이상 소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하에 인공호흡기를 뗄 것을 권유했다.

딸은 상황을 이해하고 더 이상 인공호흡 치료를 그만하도록 동의했지만 아들은 그렇게 하면 마치 자신이 어머니 목숨을 끊는 것 같은 자괴감이 들어서 계속 연명 치료를 원했다.

박모 할머니는 중환자실에서 한달 동안이나 더 혈액투석 치료와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두 번이나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후에 아들도 사랑하는 어머니가 고통받는 것 때문에 매우 힘들어했고 무의미한 치료 때문에 어머니가 불필요한 고통을 받았다는 생각때문에 인공호흡기 치료를 지속하게 한 결정을 후회했다.

대학병원 간호사로 오랫동안 일했던 60대 중반의 김모씨는 최근에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수술을 앞두고 만약 수술이 잘못되었을 경우를 대비해서 주치의에게 사전의료 의향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김씨는 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의식이 없고 소생불가능 할 경우에는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인위적인 영양공급 튜브를 부착하지 말도록 했고 치료과정에서 필요한 경우에만 단기간 위와 같은 치료를 하도록 서명했다. 서명 후 이 사실은 자식들에게도 알리고 자신이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이 사실을 의료진과 상의했다.

위 사례들은 병원에서 흔히 보는 두가지 경우인데 첫번째 경우는 연세가 많고 만성질병을 앓던 분에게 급성질환이 왔고 의료진이 소생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평소 사전의료 의향서를 작성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혼동이 왔고 가족들이나 환자가 불필요하게 연명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서 나중에 후회를 하는 경우이다. 두번째는 평소에 사전의료 의향서를 작성해서 미리미리 만약의 경우를 준비하는 경우이다.

사전의료 의향서의 내용을 보면 치료의 범위, 즉 회복불능 상태에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사용여부, 튜브를 통한 영양공급을 받을지 여부, 응급시에 병원 응급실을 사용할지 등에 관해서 환자의 의견을 기록하고 이를 담당의사와 환자가 보관하는데 환자가 치매 등으로 판단능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가족이 대신 작성할 수도 있다.
(213)383-9388

<이영직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