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라겔 등 성분 인체 이물질 가는 코 혈관에 들어가면 괴사에 뇌까지 침투 가능성
▶ “경험 많은 의사에 시술을” 전문학회 홈페이지서 전문의 정보 확인 가능”
주사 한방으로 간편하게 미용효과를 누릴 수 있어 여성들에 호평 받는 필러 시술. 하지만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피부괴사는 물론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어 필러 시술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깊게 팬 주름이나 푹 꺼진 부위 등에 피부와 비슷한 성분을 주사해 볼륨감을 만들어 주는 필러 시술. 주사 한방으로 미용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급증세다. 하지만 필러 시술의 위험성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피부괴사는 물론 실명에이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최근 필러 시술이 늘면서 부작용 발생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다.
지난 1일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2013~2015년 3년 간 필러 시술로 인한 부작용 피해 상담이 524건에 달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2012년 57건에 불과하던 필러시술의 부작용 신고 건수는 2014년 102건으로 2년 새 79%나 증가했다.
혈관 막혀 피부괴사, 최악의 경우 실명도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가장 먼저 손꼽는 필러시술의 부작용은 피부괴사다. 특히 코에 피부괴사가 발생하면 치명적이다. 최악의 경우 코 재건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석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코에 피부괴사가 생기면 여러 번 수술 해도 회복하기 힘들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코 세우려다 코를 잃는 황당한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코에 피부괴사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이유는 다른 부위에 비해 혈관이 가늘고 수가 적어 혈관에 필러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코와 함께 미간 부위도 말단혈관이기 때문에 피부괴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 치명적인 부작용은 실명이다. 필러가 시신경으로 가는 혈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학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오진 않았지만 학회에 필러 시술을 받다가 실명이 됐다는 보고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면서 “필러가 뇌혈관에 침투하면서 뇌졸중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필러 시술에 따른 부작용은 이외에도 여럿이다. 염증과 부종(붓기)이 대표적이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필러 성분으로 사용되고 있는 하이알루론산, 콜라겔 등은 이물질에 해당된다”면서 “이물반응으로 인해 염증과 부종이 생길 수 있다” 고 말한다.
전영준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염증반응이 미미할 경우 항생제 사용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염증반응을 방치하면 농양, 고름 발생 등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고 했다.
청결하지 않은 환경에서 시술을 받는 경우 감염으로 인해 염증과 붓기가 발생할 수 있다. 서인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필러주사는 일반 주사 보다 청결함이 한층 더 요구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필러 시술 시 안면 피부가 울퉁불퉁해지는 부작용도 다반사다. 피부 저항 때문에 시술 시 동일한 압력을 가하더라도 볼륨감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경험 많은 전문의에게 필러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필러 양을 효과적으로 조절해 투입해야 하는데 경험이 적거나 해부학적 지식이 없으면 필러 시술 시 피부 출혈 등이 발생해 양 조절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 “필러 양을 균일하게 투여해야 하는데 양이 너무 많이 들어가거나 반대로 적게 넣으면 볼륨감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필러를 신체 부위에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도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필러 시술은 안면부 주름 개선에 대해서만 허가됐다. 하지만 유방, 엉덩이, 종아리 등의 볼륨 증대와 손, 발 주름 개선 등에도 필러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의사 시술 건수 및 성적 공개해야” 여론
이처럼 필러 시술에 따른 부작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의사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필러 시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당국은 “경험이 풍부한 의사들에게 시술 받는 것이 좋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말에 따르자면 수련 경험이 풍부해 적당량의 필러를 주입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갖춘 의사를 선택하는 일도, 시술 전 기저질환ㆍ알레르기ㆍ과거 시술 이력이나 복용 중인 약물을 고지하는 것도 모두 소비자의 몫이다. 또 시술 전에 발생 가능한 합병증(피부괴사, 실명 등) 및 시술 받을 제품의 종류와 용량, 허가 사항 등 내용을 꼬치꼬치 의사에게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다. 사실상 시술에 따른 모든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도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의료계 일각에서는 “필러 수요가 나이와 관계없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만큼 소비자가 시술자에 대한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 교수는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등 홈페이지에서 시술 받으려는 의사 이름을 입력하면 전문가인지, 비전문가인지 구별할 수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전문의 구별이 쉽지 않으므로 필러 시술을 선택할 때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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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중 의학전문기자>